예절을 배우면 참을성이 생겨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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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예의지국·군자의 나라…. 과거 주변국이 우리나라를 일컬을 때 사용한 말이다. 겸손과 양보를 미덕으로 삼았던 조상들의 생활 태도에 대한 칭송이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부르기는 난감하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생활 습관은 예절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지난달 26일 서울 은혜초 5학년 학생 4명이 인천예절원(인천 남동구 구월동)을 방문해 전통 예절을 체험했다.

예절은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것

예의가 없다는 말은 곧 참을성이 없다는 말과 같다. 본능적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참고 주변 상황과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는 것이 바로 예절이기 때문이다. 사실 참을성은 학습 능력과도 직결된다. 인천예절원 이근배 원장은 “요즘은 아이들 학업 성적 올리기에 급급해 예절 교육은 뒷전에 미루기 일쑤”라며 “예절을 통해 차분하고 순종적인 태도를 길러야 다른 공부도 효과를 보기 쉽다”고 강조했다.

예절 교육은 ‘옷 바르게 입기’부터 시작됐다. 한복 치마와 저고리를 순서에 맞게 단정하게 차려입고 머리도 정갈하게 빗게 했다. “옷을 입는 이유는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 싶기 때문이죠. 남 앞에 설 때는 그가 불쾌함을 느끼지 않도록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본격적인 예절 교육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이 원장이 ‘공수’ 시범을 보였다. 공수란 두 손을 단전 위에 가지런히 모은 자세를 말한다. 여성은 오른손이 위로 오게 해 왼손등을 살짝 쥐고 있으면 된다. 남성은 그 반대다. 공수는 인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눌 때 습관적으로 취해야할 기본 자세다. 팔을 늘어뜨리거나 과도하게 손을 사용하면 산만한 인상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이런 기본만 지켜도 아이들이 평소보다 차분해진다”며 “자세를 바르게 하면 생각도 가다듬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성껏 대접하는 기쁨이 예절의 가치

인천예절원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다도와 떡 만들기가 포함돼 있다. 다도 실습 시간에는 다관·숙우·찻잔·차통 등 다도에 필요한 다기의 명칭부터 물을 따르고 식힌 뒤 차를 우려내는 과정 등을 익혔다.

“다도에는 대단한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물의 양과 온도도 적당해야 하고 차를 우리는 시간도 알맞아야 맛있는 차가 완성되니까요. 온 정성을 쏟아부어 만든 차 한잔을 상대방에게 대접할 때 느끼는 기쁜 마음이 곧 예절의 참된 가치인 셈이죠.”

떡 만들기는 학생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프로그램이다. 익반죽 상태의 떡을 밀대로 밀고 모양틀로 찍어 장미꽃 모양을 만드는 것. 이 원장은 “이 떡을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해준다는 생각을 갖고 만들어 보라”고 주문했다. 떡 하나를 만들 때도 성심성의를 다하는 자세를 길러주기 위해서다.

예절 교육에 참가한 모예림양은 “인사하고 존대말 배우는 건줄 알았다”며 웃었다. 모양은 “앉고 서있을 때의 자세부터 음식 대접할때의 마음가짐까지 다 예절에 포함 된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정수양은 “예절을 지키려고 노력하다 보면 덤벙대는 습관이 자연히 고쳐질 것 같다”며 “오늘 배운 것을 바탕으로 예절 바른 학생이 되려고 노력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설명]은혜초 5학년 학생들이 인천예절원 이근배(가운데) 원장에게 다도예절을 배우고 있다.

<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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