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북 경제개발에 적극 참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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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북한의 경제 개발에 적극 참여한다.

북한은 개방을 추진해온 나진.선봉 외에 금강산.개성.남포.원산.신의주 등 5개 지역을 경제 개방의 축으로 정했다.

5개 축 가운데 금강산.개성은 한국이 맡아 개발 중이고, 신의주는 중국 측의 반대로 전망이 불투명했다. 그런데 북한이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남포.원산.신의주뿐 아니라 함흥.백두산까지 개발키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24일 "지난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과 중국은 톈진(天津)시가 남포시 등 평양 인근 지역의 경제 개발에 적극 참여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톈진시 등 중국에서 자본.기술을 끌어들여 남포시를 개성.금강산과 유사한 개발 특구로 육성하고, 평양 일부 지역에 전자 단지를 건설키로 확정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지난 18~21일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중국 지도부와 이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고 한다.

다이샹룽(戴相龍) 톈진시장은 김영남 위원장의 방문을 받고 "남포시와 톈진은 자매 도시에 해당한다"며 "톈진시는 양국 간 경제 무역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의주 개발에 대해선 "중국의 반대로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일부 전문가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식 개방 특구보다 중국 동북 지역 기업들의 임가공 단지 개념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화교가 밀집한 함흥에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지지부진한 나진.선봉을 대체할 새로운 경제 개방 구역으로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베이징의 북한 전문가는 "함흥은 중국 동북 지역 기업들의 대외수출 물류기지로 건설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육로로 물건을 싣고 가 배에 싣는다는 것이다. 중국이 백두산 삼지연과 천지를 잇는 육로 관광 코스 개발에 참여하는 방안도 곧 현실화할 전망이다. 베이징의 다른 한 소식통은 "양국이 관광 코스 공동 개발 방안을 협의 중인데, 세부 방안이 확정되면 중국 자본이 참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베이징 소식통들은 "북핵 등 정치적 요인으로 한국이 북한의 경제 개방과 개발에 참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날로 강성해지고 있는 중국을 경제 협력과 개발의 동반자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반면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나갈 호재다. 중국이 본격적으로 북한 경제 개발에 참여할 경우 이른 시간 내에 중국계 자본.기술이 한국의 투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정치적인 부분뿐 아니라 경제까지 아우르는 확대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는 게 베이징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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