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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이산상봉 평양] 팔순아내 보며 눈물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흐르는 눈물이 지난 50년간의 속절없는 세월을 대신하고 말았다.

'남녘의 딸과 북녘의 오마니' 는 부둥켜 안은 채 말문을 이을 줄 몰랐다.

평양을 방문한 남측 이산가족들이나 이들을 맞은 북측 가족들은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며 서로의 얼굴을 매만진 뒤에야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지난 세월을 웃음 속에 풀어나갔다.

○…대한적십자사 장정자(張貞子)부총재를 단장으로 한 남측 이산가족 1백명은 26일 오후 4시30분부터 평양 고려호텔에 마련된 상봉장에서 꿈에도 그리던 가족들을 반세기 만에 만났다.

남측 방문단의 최고령자인 이제배(94)씨는 아내 김복여(79)씨와 아들 창환(63), 딸 명실(56).순옥(53)씨를 만나 "이제 와서 미안하다" 고 울먹이며 끝내 말문을 잇지 못했다.

1.4후퇴 때 헤어진 큰딸 효선(62)씨 등 4남매를 만난 임재화(85)씨는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며 서로를 끌어 안은 채 떨어질 줄 몰랐다.

○…고려호텔 2층과 3층에 마련된 단체 상봉장에는 상봉 1시간 전부터 호텔 종업원들이 음료수와 과일을 준비하는 등 행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

북측의 안철균 접대반장은 "오늘의 만남이 통일의 만남이 됐으면 좋겠다" 면서 "이산가족의 한을 푸는 일이기 때문에 친지들을 만나는 것과 같다. 힘든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남측 방문단 1백50여명은 이날 오후 1시5분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이산가족 1백명과 지원 인원 30명, 취재단 20명 등으로 구성된 남측 방문단은 이날 낮 12시10분 고려항공편을 이용, 김포공항을 출발했다.

張단장은 평양 도착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앞으로 모든 이산가족이 생사와 주소를 확인하고 편지를 교환하며 고향을 방문해 상봉할 수 있는 날이 하루 속히 오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고 밝혔다.

남측 이산가족 1백명은 순안공항에서 곧바로 숙소인 고려호텔로 직행, 점심식사를 하고 호텔 내 단체 상봉장으로 이동해 2시간여 동안 혈육들과 상봉한 뒤 오후 7시 장재언(張在彦)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장이 주최하는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평양 순안공항에는 허해룡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최윤식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조춘환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국장, 허혁필 민족화해협의회 부회장 등이 나와 남측 방문단을 맞았다.

허해룡 부위원장은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라며 장정자 남측 단장과 반갑게 악수했다.

이어 금성 제2고등중학교 2학년 김원향양이 張단장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평양에 오신 단장님을 열렬히 환영합니다" 라고 인사했다. 이에 張단장은 金양을 꼭 껴안으며 격려했다.

○…張단장 등 남측 대표단은 간단한 환영식 후 곧바로 귀빈실로 이동, 許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와 날씨를 비롯해 張단장이 꽃다발로 받은 김정일화를 화제로 15분 동안 환담했다.

張단장이 화동으로부터 받은 꽃을 가리키며 "이 꽃이 의미있는 꽃이지요" 라고 운을 떼자 許부위원장은 "맞습니다. 김정일화입니다" 라며 최근 평양에서 열린 '김정일화 전시회' 개최 사실을 설명했다.

○…許부위원장 등 20여명이 영접나온 평양 순안공항의 날씨는 매우 맑고 따뜻했다. 공항 관계자는 "오늘 날씨는 영상 4도 정도" 라며 "며칠 전까지 날씨가 추웠는데 행사 때가 되니 날씨가 풀린 것 같다" 고 말했다.

남측 방문단 중 거동이 불편한 이이화(77)할머니, 손사정(90).이후성(84)할아버지 등 네명은 지원단의 등에 업혀 비행기에서 내려 휠체어로 이동했다.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평양 거리에는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였으며, 대부분 방문단에는 큰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평양〓공동취재단,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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