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노래 듣던 샤론 스톤, 무대로 뛰어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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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지구본을 뱅그르 돌려본다. 멈춘 곳에 아무렇게나 이어폰을 꽂는다. 당신에게 들리는 음악은? 북미에 멈췄다면 팝이, 유럽이라면 클래식이, 남미라면 삼바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12인조 밴드 ‘핑크 마티니(Pink Martini)’는 지구촌 곳곳에 음악의 손을 뻗는다. 칵테일 마티니의 묘한 향취처럼 세상의 온갖 음악을 뒤섞은 듯한 매혹적인 음악을 들려준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보컬 차이나 포브스, 가운데(노란 머리)가 리더 토마스로더데일이다. [프라이빗 커브 제공]

이들에겐 ‘장르 불문’이란 불문률이 있다. 재즈는 물론 팝·클래식·삼바·아프로 쿠반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을 선보였다. 하버드 대학 동문인 토마스 로더데일(피아노)과 차이나 포브스(보컬)가 주축인 이 밴드는 바이올린·트럼펫·트롬본·기타·베이스·하프·드럼·퍼커션 등 다채로운 악기 구성이 특징적이다. 국내에선 CF 음악으로 사용됐던 재즈 곡 ‘심퍼티크(sympathique)’ 로 유명하다.

지난달 정규 4집 ‘스플렌더 인 더 그라스(Splendor in the grass)’ 를 발매한 핑크 마티니는 13일 오후 7시 서울 악스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보컬 포브스에게 e-메일을 보내 이들의 맛깔스런 음악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자신들의 음악을 “지도 전체에 퍼져 있는 음악”이라 이름 붙였다.

“12명의 뮤지션들이 다양한 악기를 다루다 보니 특정 장르로 규정하기 힘든 음악이 탄생했죠. 세계일주를 즐기는 것처럼 다양한 문화와 장르를 아우르는 게 핑크 마티니만의 매력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음악에 ‘코스모폴리터니즘(cosmopolitanism·세계시민주의)’이란 꼬리표를 달아주는 건 어떨까. 하긴 멤버 대부분이 다민족적 환경에서 성장했다고 하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특히 리더인 로더데일은 흑인·아랍계 형제가 있는 집에 입양돼 자랐다고 한다.

“클래식 전공자가 있는가 하면 브라질 음악에 심취한 멤버도 있죠. 서로 다른 음악적·문화적 배경을 지녔기 때문에 영향을 주고받은 것 같습니다.”

첫 앨범은 1997년이었다. 현악기가 실내악의 분위기를 깔고, 퍼커션이 삼바의 흥을 내고, 기타·트럼펫이 재즈의 냄새를 풍기는 독특한 음악에 세계 음악계가 들썩였다. 이후 칸·아카데미 등 각종 영화제에 단골 손님으로 다니며 명성을 쌓았다. 97년 칸 영화제에선 이들의 음악을 듣던 샤론 스톤이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말 재미있는 기억이에요. 샤론 스톤이 춤을 추자 링고스타 등 다른 유명 스타도 무대에 올라왔죠.”

포브스는 일본어·스페인어·영어 등 10개 국어로 노래를 소화한다. 장르만 다양한 게 아니라 노랫말 또한 글로벌을 지향한다. 꾸준한 언어 학습의 결과다. 그는 “어릴 적 옆집에 살던 한국인 자매들과 만두를 나눠먹던 기억이 난다”며 “언젠가는 한국어로도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오는 이들의 음악에선 어떤 맛이 날까. “핑크 마티니의 음악을 들으면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 거에요. 한국 팬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완벽한 무대를 선보이겠습니다.” 문의 02-563-0595.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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