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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인간존중 경영’ 중국서 활짝 … “설 쇠고 직원 100% 복귀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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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LG항저우기록매체유한공사의 김홍근 법인장(왼쪽)과 이용수 노조 위원장이 회사 내에 세워진 신년 기념 게시판 앞에서 회사 발전에 함께 힘쓰자고 다짐했다. [현지 법인 제공]

중국 항저우(杭州)의 LG항저우기록매체유한공사는 지난달 설날이 끝난 뒤 뿌듯한 신기록을 세웠다. 현지 직원 중심의 300여 명의 작은 업체지만 열흘 가까운 설날 휴가 때 귀향했던 직원들이 전원 귀사한 것이다. 이 회사 공회(工會·노조)의 이용수 위원장은 “설날 귀향해 고향 친구들과 정보를 나눈 뒤 조건이 더 좋은 공장으로 옮기는 것이 보통이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의 이직률은 2008년 37%에서 지난해는 20%로 떨어졌다. 올해는 더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위원장은 조선족이다.

이 회사는 LG전자가 2003년 중국과 합작 설립했다. LG전자 지분은 약 70%다. 지난해 매출액이 2008년(6000만 달러)의 두 배로 늘어나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한국에서 파견된 김홍근 총경리(법인장·52)는 “본사와 협의해 광디스크 생산 라인을 철수하고 액정화면(LCD) 소재인 프리즘시트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등 신제품 중심으로 생산·판매 확대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경영전략 외에 조직관리가 큰 몫을 했다. 김 법인장은 “중국인도 봉급과 복리후생을 물론 중시하지만 인간적인 대접 등 기업문화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취임 후 이런 데 신경을 많이 썼다. 분기별로 직원들이 참가하는 경영회의를 열어 고칠 건 고쳤다. 직원들에게 경영 실적과 목표를 설명하면서 비전을 밝혔다. 직종별 교육을 강화하니 직원들의 성취욕구가 높아지고 회사에 대한 신뢰감이 쌓이기 시작했다. 매달 세 차례 임직원 생일 잔치를 열어 한식 대접하기, 통근버스 신형 교체 등 복지를 늘렸다.

그는 “중국에서 성공하려면 중국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가급적 통역 없이 직원들과 대화하고 중국 명절 때는 함께 어울린다”고 말했다. 이 법인은 지난해 직원들에게 임금의 150%에다 2000위안(약 34만원)을 합친 특별상여금을 지급했다. 김 법인장은 “중국 사람들은 임금을 받을 때 공평한 걸 중시하는 것 같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똑같은 금액을 지급했다”고 했다. 이 법인의 올해 매출 목표는 1억5000만 달러다. 1억8000만 달러를 초과하면 성과급을 줄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해 국내외 전 사업장을 상대로 ‘인간존중 경영’ 실천 정도를 측정하는 만족도 평가를 했는데 이 항저우 사업장이 1위를 했다. 항저우 부시장이 찾는 등 외국 기업 성공사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항저우=오대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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