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조수미·조지 윈스턴을 무대에 세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백화점들이 VIP고객을 잡기 위해 문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는 30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현대백화점 고객들을 상대로 콘서트를 여는 소프라노 조수미(左). 지난해 9월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현대백화점 수퍼콘서트 장면(右). [현대백화점제공]

현대백화점은 30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조수미의 단독 공연을 연다. 현대백화점 고객 1만5000명을 초청한다. 이 백화점은 지난해엔 소녀시대·이승철 등이 나오는 ‘고객 초청 수퍼콘서트’를 열었다.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VIP 초청 공연에는 소프라노 신영옥, 첼리스트 정명화가 등장했었다.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과 이탈리아 영화음악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도 지난해 신세계 문화홀 무대에서 공연한 대형 스타들이다.

과거 국내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엔 명품 유치가 주였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명품이 백화점에 모두 입점해 차별화가 힘들어지자 이젠 문화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한 해 공연을 위해 쏟아붓는 예산이 100억원대를 넘어섰고, ‘특A급’ 아티스트 유치 경쟁도 벌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지영 마케팅팀 부장의 수첩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국내 공연 톱스타들의 스케줄과 일정, 공연 비용이 빼곡히 적혀 있다. 정 부장은 “백화점 직원 중 공연 전문가들만 100여 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올해 문화공연을 위해 잡은 예산은 지난해 90억원보다 58% 늘어난 142억원. 하반기엔 조지 윈스턴과 세계적 테너 호세 카레라스 공연을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1980년대 후반 매장 면적을 늘리기 위해 폐관했던 문화홀을 2000년부터 하나 둘씩 되살려 현재 7개 점에 모두 3400석 규모를 운영하고 있다. 연간 관람 고객만 50만 명에 달한다. 8월 문을 여는 일산 킨텍스점을 비롯해 앞으로 새로 짓는 모든 백화점에 문화홀을 넣을 계획이다.

신세계백화점 고객을 상대로 콘서트를 연 지휘자 정명훈(左)과 피아니스트 조지 윈스턴(右). [신세계백화점 제공]

개점 80주년을 맞은 신세계는 올해 134억원을 문화행사에 투자할 계획이다. 23일 첼리스트 정명화, 피아니스트 한동일,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이 하는 ‘3인의 클래식 거장전’은 세 명의 연주자가 처음 함께하는 공연이다. 올해만 가야금 명인 황병기,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를 비롯해 조지 윈스턴, 세계적 탱고 밴드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공연 등이 줄줄이 잡혀 있다.

그동안 외부 공연장을 빌려 VIP 초청 공연을 열었던 롯데가 처음으로 자체 문화홀을 올해부터 만들면서 특A급 아티스트 모시기 경쟁은 더욱 불붙었다. 롯데는 8월에 부산 광복점, 일산점과 청량리점에 문화홀을 연다. 광복점 문화홀은 국내 백화점 중 가장 큰 규모로 1200㎡(360평)다. 롯데백화점은 하반기 문화공연 예산으로 30억원을 잡아놨다. 내년엔 이를 70억원 정도로 늘릴 예정이다. 롯데백화점 문화사업팀 차정문 팀장은 “단순 문화공연에 그치지 않고 문화·예술 관련 중장기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섭외 중인 아티스트 명단이 알려지지 않도록 보안을 유지한다. 경쟁 백화점에서 과거 공연을 했던 아티스트 중 인기가 높았던 이들을 섭외해 끌어오는 데도 공을 들인다. 이러다 보니 현대백화점은 베토벤바이러스의 모델로 유명한 지휘자 서희태, 뮤지컬 가수 홍지민, 가수 권인하 등과 다른 백화점과 공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단독’ 계약을 했다.

고객의 반응도 뜨겁다. 일정액 이상을 사면 백화점 상품권과 콘서트권을 택일하게 한 현대백화점의 경우 매번 콘서트권은 수일 안에 매진된다. 문화홀 이용 고객은 로열티도 높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문화홀을 이용하는 고객의 1인당 구매 빈도수나 구매액은 일반 고객에 비해 다섯 배가량 높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