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북한의 주택사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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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Q) 30대 주부입니다. 전셋집을 구하느라 무척 고생하다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신축 빌라를 아예 샀어요. 북한의 주택사정과 이사는 어떻게 하는지요. 박아정(33.서울 관악구 신림동)

(A) 북한에서 주택은 국가예산으로 짓는 '집단적 소유물' 이기 때문에 개인 소유나 매매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주민은 계층에 따라 국가에서 임차 형식으로 배정받아 매월 월수입의 0.3% 정도를 내고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해방 이전부터 자손 대대로 살던 집에 대해서는 후손이 그대로 살도록 허용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갈 때도 팔 수 있도록 개인 소유를 제한적으로 인정하고 있어요.

또 노력 영웅이나 공화국 영웅 등 공적이 큰 사람에게 개인 소유의 주택을 상으로 주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1990년대부터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국가 소유의 주택도 당국의 묵인 아래 편법적으로 매매되고 있다고 탈북자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일반 주민이 사는 단칸 주택(방 1개.부엌 1개)의 경우는 북한 돈 3천~4천원(노동자 월급 1백원)에 거래된다고 합니다. 엄청난 가격이죠.

최근 주택매매가 일반화하면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직접 흥정해 집값을 정하는 등 절차도 단순해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통제가 심한 평양시에서는 주택매매를 공개적으로 하지 못하고 단순한 교환수준에 머물러 있어요.

주택 교환은 ▶출.퇴근 거리가 멀거나▶한 가구에 다세대가 사는 경우 등에 한해 허용해 줍니다.

이사를 하려면 해당지역 주택배정과에 신고해 직원들의 조사를 받은 다음 '입주증' 이 나오면 이사할 지역의 주택배정과에 신고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활한 처리를 위해 조사 나온 직원들에게 '웃돈' 을 건네기도 한다는 게 탈북자들의 말입니다.

또 이삿짐센터 같은 곳이 따로 없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옮겨야 합니다. 차량은 주로 군부대에서 돈을 주고 빌립니다. 기름이 부족해 민가에서 차량을 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군부대에서도 짭짤한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선호하는 편이죠.

차량과 함께 운전기사도 이사가는 사람이 직접 구해야 합니다. 북한에서도 여느 사회와 마찬가지로 인간관계가 중요해 평소에 운전기사와 친해두지 않으면 이사할 때 고생하죠.

북한 당국은 전 주민에게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고 선전하나 탈북자들에 따르면 당.정.기업소 간부들의 주택보급률은 68%, 일반 주민의 주택보급률은 57%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런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제3차 7개년계획기간(87~93년)중 23만~30만가구의 주택 건설방침을 세우기도 했지만 5만가구 건설에 그쳐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죠.

북한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서 주택시설 확충을 언급했으며, 평양시도 올해 남쪽 관문인 낙랑구역 통일거리 입구와 그 주변의 청년영웅도로(평양~남포 고속도로)등에 주택건설 계획을 밝히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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