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크래츠' 들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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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코스모크래츠(cosmocrats).이민자의 후손으로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며 전문직업에 종사하는 신엘리트를 지칭하는 말이다.

'인더스트리 스탠더드' 한국판 최신호(2월 27일자)는 "지역적으로는 유럽에서, 업종으로는 e-비즈니스 전문직종에서 많이 발견되는 코스모크래츠가 요즘 한창 뜨고 있다" 고 전했다.

이 용어는 존 미클스웨이트와 에이드리언 울드리지의 공저『미래의 완성』에서 처음으로 사용됐다. 런던에 있는 경영자헤드헌터협회(AEC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유럽의 2백대 기업 중 40곳의 최고경영자(CEO)가 자국민이 아니다. 코스모크래츠의 득세를 보여주는 한 예다.

이들은 몇개 언어를 구사하며 이 나라, 저 나라를 수시로 드나들며 미디어.정보기술(IT).컨설팅.법률회사.비정부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런던소재 e조커닷컴의 CEO 소니아 노(33)는 한국인 외교관의 딸이다.

고교까지는 이란.호주.브라질 등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고 대학은 미국 스탠퍼드대를 거쳐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했다. 7개 국어를 구사하며 컨설팅과 투자은행 업무에도 밝다. 18개 도시 생활을 경험했으며 올해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는 전세계 기술분야 선구자 1백명 중 한명으로 꼽혔다.

디지털 컨설팅회사인 휠의 전략가이자 런던 경제대학원(LSE) 강사인 라나 사카르(30)도 이런 부류다.

인도계인 그는 유년기를 북미.일본.유럽 등 3개 대륙에서 보낸 덕분에 4개 국어를 구사한다. 유럽을 문화적 배경으로 아시아의 직업윤리와 미국의 기업가 정신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20분이면 모든 걸 훌훌 털고 이사갈 수 있다" 는 그는 이른바 '문화적 유목민' 으로도 분류된다.

또 다른 코스모크래츠인 여행정보사이트 e-드림스의 CEO 자비에르 페레스 테네사에게 집이란 '컴퓨터가 있는 곳' 일 뿐이다.

이들에게 다소 부정적인 면으로는 문화적.인종적으로 정체성의 혼란을 경험하며, 안락한 가정이나 생활의 안정감 같은 것을 미처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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