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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국악 축제' 전통적 리듬에 현대음악 덧입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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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20~30대 국악인들이 펼치는 '젊은 국악' 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 23~24일 서울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젊은 국악 축제' 에서는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새로운 음악세계를 추구하려는 새 세대들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국악실내악단 '슬기둥' 을 비롯해 타악그룹 '푸리' '공명' , 가야금 앙상블 '사계' 등 신세대 국악팀을 총망라한 축제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자리에 모여 축제를 꾸밀 만큼 각자의 역량이 축적됐다는 얘기다. '젊은 국악 축제' 는 슬기둥→푸리→공명→사계로 이어지는 1990년대 국악 실내악 운동의 시대정신과 이념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요약하자면 전통음악의 현대적 해석, 그리고 대중음악 어법의 과감한 수용이다.

아홉 명으로 구성된 슬기둥이 창작음악과 국악동요를 선보여왔다면 푸리.공명.사계는 실내악의 최소 단위인 4인조로 한층 정제된 음악세계를 추구한다. 투철한 테크닉을 바탕으로 클래식과 월드뮤직까지 과감히 넘나든다.

◇ 푸리〓1993년 원일.민영치.김웅식.장재효 등 네명으로 출범한 타악앙상블 푸리는 이번 공연에서 북 연주와 서도소리를 효과적으로 결합시킨 '야야야' 를 초연해 갈채를 받았다. 사물놀이를 더욱 발전시켜 강렬하면서도 짜임새있는 구성력으로 역동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사물놀이보다 훨씬 정교하고 변화무쌍한 리듬의 세계다. 가락을 바꿔가는 과정에서 잉태되는 역동성은 눈부시다. '길군악' 에서는 월드뮤직의 리듬을 과감히 수용했고 태평소 연주에서도 타악기 음색을 방불케 하는 현대적 주법을 도입했다.

◇ 공명〓푸리의 리듬이 폭발적이고 날카로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반해 97년 최윤상.박승운.조민수.송경근이 결성한 공명(共鳴)의 리듬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대나무 등으로 직접 만든 타악기 '공명' 의 음색 때문이다.

타악기 앙상블에 맞춰 리코더.기타.태평소를 연주하는 등 음악 자체도 새롭고 독특하다. '아침의 소리' '공명유희' '보물섬' 등을 발표한 이들은 '국악계의 인디 밴드' 다.

◇ 사계〓사계는 고지연.조수현.송정민.강효진 등으로 99년 창단된 여성 가야금 4중주단이다. 사계(四界)는 고금아속(古今雅俗), 즉 전통과 현대, 정악과 민속악이 4개의 악기로 만나는 지점이다. 리듬 위주의 음악세계에서 벗어나 '한국식 현악4중주' 의 밀도와 깊이를 보여준다. 전순희의 '사계' 등 창작곡을 연주하는 한편 비발디.바흐 등 바로크 음악을 편곡해 레퍼토리의 지평을 넓혀 나간다.

하지만 사계가 둘째날 공연에서 들려준 비발디의 '봄' 2악장은 음악적 흐름이 자주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활을 사용해 지속음을 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환경음악처럼 들린 이성천의 '먼 훗날의 전설' 은 가야금 독주를 약간 부풀려 놓은 듯 했다.

이에 반해 장영규 편곡의 '새타령' 은 가야금에서 도회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수작(秀作)이었다. 사계는 27일 울산대 초청공연에 이어 4월 초 대학로 폴리미디어 시어터에서 데뷔음반 출시기념 콘서트를 연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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