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자격증 따 웹디자이너 될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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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지난 20일 오후 3시, 서울 후암동 혜심원.

강사 : '한글' '엑셀' '훈민정음' 중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이 아닌게 뭘까?

어린이들 : '엑셀' 이요. 그런데 'PPM' 이 뭐죠?

강사 : 분당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는 페이지 수란다.

영진닷컴의 자원봉사 컴퓨터 강사인 김미영(25)씨가 지하 식당에서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는 10여명의 초.중.고생들을 앞에 두고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혜심원은 오갈 데 없는 고아들을 보살피는 보육원. 중앙일보의 정보격차 해소 연중캠페인에서 무료 인터넷 교육 첫 대상기관으로 선정돼 지난 13일부터 1단계 이론 교육이 진행 중이다.

"인터넷을 마음대로 해보고, 컴퓨터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죠. 그래서 자격증을 따고 싶었지만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랐는데 이런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

지난 1993년 부모가 이혼하며 친척 집에 맡겨졌다가 이곳에 왔다는 장정은(15.중3.가명)양은 "4월 8일에 있을 워드프로세서 자격시험에 대비해 공부한다" 며 웃는다. 컴퓨터와 워드프로세서의 기초를 배우는 과정이라 다소 지루할 법도 한데 수강 어린이들의 태도는 너무 진지하다.

"학교 친구들 사이엔 GOD 팬사이트에 게재되는 소설이 화제지만, 인터넷이 없어서 대화가 안됐어요. 인터넷 한번 하려고 남산 도서관에 줄서서 기다리기도 했죠. "

다섯살 때 길거리에서 발견돼 서울시 아동상담소를 거쳐 혜심원에 들어온 최미선(14.중 2.가명)양도 "웹디자인 전문가가 되고 싶다" 며 다부지게 포부를 밝혔다. 28명의 초.중.고생들이 있는 혜심원은 서울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말 10대의 신형 셀러론급 컴퓨터를 설치했지만 강사가 없어 PC는 한동안 무용지물이 됐다.

방애영 총무는 "중앙일보 캠페인을 보고 바로 신청했다" 며 "아이들 대부분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실업고 졸업 후 취직하기 때문에 컴퓨터 자격증은 생계수단" 이라고 강조했다.

2시간 남짓의 이론교육이 끝나자 아이들은 혜심원 4층의 컴퓨터 교육장으로 달려갔다. 김강사는 "초고속 인터넷망이 연결돼 있지 않아 인터넷 교육은 못하고 있다" 며 "아이들이 e-메일을 어떻게 쓰냐고 물을 때가 가장 안타깝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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