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피부과전문의 함익병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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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의료도 상품이며 병원도 기업입니다. 기업이 상품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로 돌리는 것은 당연하지요. "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咸翼炳.40)씨는 동료의사 두 명과 함께 운영하는 이지함피부과의원의 수익금에서 매년 5천만원을 떼내 앞으로 10년간 모두 5억원을 연세대 의대 피부과학교실에 연구기금으로 내놓겠다고 지난 23일 약속했다.

스스로를 '장사꾼' 에 비유한 그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동문인 피부과 전문의 지혜구씨, 가톨릭의대 출신 피부과 전문의 이유득씨와 함께 1995년 이지함피부과의원을 공동 설립했다.

'이지함' 은 세 사람의 성(姓)에서 따온 것이다.

이 의원은 피부미용 전문으로 신촌.역삼동.청담동 세곳에 개설돼 있다. 원장 咸씨 등은 가톨릭의대 피부과학교실에도 2억원 기부를 약정했다.

咸원장은 레이저치료 등 피부미용 시술을 주도해 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긴 것이 아니냐는 일부 비판에 대해 " '의술은 인술' 이란 비현실적 주장보다 의사들도 환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또 "골프채 한번 잡아본 적이 없고 차도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평일은 오후 9시까지, 토요일은 오후 7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고 덧붙였다.

그는 "의사들이 리베이트의 족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떳떳한 돈벌이가 필요하다" 며 "이번 기금은 은연중 반대급부를 바라는 제약회사의 리베이트와 달리 기초의학 연구 등 돈벌이와 무관한 곳에 쓰여질 것" 이라고 밝혔다.

최근 유명 의대 교수들의 잇따른 개원으로 기초연구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어 기금을 내놓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의사들이 의료수가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경영혁신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 촉구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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