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내신 뻥튀기 23%에 '수'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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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전국 대부분 고교가 학생들의 대학입시 때 유리하도록 내신성적에서 최상위 등급인 '수' 의 비율을 최근 3년간 급격히 늘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성적 잘 주기' 로 학력 저하와 함께 2002학년도 대입에서 비중이 커지는 학생부의 변별력.신뢰성이 낮아지는 등의 문제가 우려된다.

고려대가 전국 1천8백47개 고교 중 수능 성적이 우수한 3백89개교의 1999~2001학년도 학생부 성적을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수능성적(4백점 만점)상위 10%에 속한 학생이 전교생의 10%를 넘는 3백89개 고교는 99학년도 대입에서 재학생의 17.7%에게 '수' 를 주었으며, 2000학년도엔 19.1%, 2001학년도엔 23.2%로 그 비율을 늘려왔다.

경기도 B고의 경우는 '수' 가 99학년도 23%였다가 2001학년도에는 53%나 됐다. 교육인적자원부 지침에 따르면 1백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받으면 '수' 를 주도록 돼 있으나 '수' 를 주는 비율은 고교장 재량이다.

2000학년도에 비해 2001학년도 졸업생에게 '수' 를 준 비율을 늘린 고교는 3백89개교 중 40개교를 제외한 3백49개교로 나타났다.

전교생의 절반 이상에게 '수' 를 준 고교는 99학년도엔 6개교에 불과했으나, 2000학년도엔 17개교로, 2001학년도에서는 23개교로 증가했다.

반면 '수' 를 적게 주는 등 성적관리에 엄격한 고교 숫자는 대폭 줄었다.

99학년도의 경우 '수' 를 받은 학생 비율이 전교생의 10% 미만이었던 고교 수는 49개교였으나 2000학년도에서는 9개교로 줄었고, 2001학년도에서는 아예 없었다.

'수' 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고교는 지방의 비평준화 명문고와 특수목적고로 집계됐다.

이들 고교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몰려 학생부 성적 산출 때 발생하는 불이익을 감안해 '수' 비율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수능성적이 비슷한 학교간 학생부 성적 편차도 크게 나타났다.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상위 10% 안에 든 학생이 전교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고교는 2001학년도에 12개교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한 학교는 재학생의 79.4%에 '수' 를 줬으나 다른 학교는 42.2%에 불과해 두 학교간 '수' 받은 비율의 차이가 37.2%포인트 벌어졌다.

2002학년도 대입에서는 학생부 실질 반영비율이 2001학년도에 비해 1.35%포인트 늘어난 9.69%다.

그런데 전국 86개 대학이 수우미양가로 학생부 성적을 산출할 계획이어서 내신성적 잘 주기 경쟁이 자칫 불공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려대 김성인(金成寅)전 입학관리실장은 "해가 갈수록 내신 부풀리기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돼 학생부가 오히려 공정한 입시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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