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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도 붙은 미국 NMD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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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가미사일방위(National Missile Defense)체제를 둘러싼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부시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해 유화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나섰다.

하지만 NMD 체제 구축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다. 부시 행정부 최우선의 국가전략은 바로 'NMD 구축' 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달 초로 예정된 미사일 요격실험을 앞두고 NMD에 관한 미국의 전략과 우리 정부의 입장, 관련 기술수준 등을 알아본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러시아에 대해 '미사일 방어기술 공동개발' 을 제의하는 등 유화책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

대다수 국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왜 NMD에 사활을 걸고 있을까.

◇ 가장 노리는 건 우주과학기술 선점〓국방대학교 한용섭(韓庸燮)교수는 "부시 행정부가 NMD를 추진하려는 기본 목적은 '불량국가' (rogue states)들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탈냉전 상황에서는 기존의 핵 보유국보다 이라크.리비아.북한 같은 국가들의 미사일 공격이 더 위협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시 행정부는 '이들 불량국들로부터의 미 본토 방어' 를 국방전략의 기본으로 설정하고 있다.

홍성태(洪晟太)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은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생존을 위한 방위' 지만 실제로는 21세기에도 미국이 계속 세계의 패권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것" 이라고 분석했다.

어떤 경우에도 '유일 초강대국' 이라는 위상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 등 NMD추진을 반대하는 나라들은 미국이 NMD를 통해 군사적인 패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미국 내 일부 언론에서조차 '미사일 위협의 주체가 분명치 않고, 미국이 주장하는 위협론이 과장돼 있다' 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에 반해 김국헌(金國憲) 국방부 군비통제관은 "미국이 겉으로는 '국가생존' 과 '군사적 패권유지' 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노리는 것은 21세기 우주 과학기술을 선점하는 데 있다" 고 분석했다. 우주과학기술이야말로 현대과학의 총화로, 21세기 최첨단 무기체계는 물론 각종 민간산업에도 적용돼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강경론 대신 유화론으로〓지난달까지만 해도 체니 미 부통령은 1972년 당시 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에 대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나라와의 협정은 준수할 의무가 없다" 며 사실상 무효화를 선언했다.

이에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의 미사일 방어망 계획을 부활시킬 수밖에 없다" 며 즉각 맞받아치고 나왔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지난 19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으로 보낸 친서에서 '미사일 방어기술 공동개발' 을 제의하고 나섰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지난 20일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과 만나 미국이 NMD기술을 실험하는 동안 러시아.중국은 물론 주요 맹방들과 협의할 것이라며 유럽 반대국들의 불안감을 달랬다.

국방부 차영구(車榮九)정책기획국장은 "미국의 NMD 기술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어 러시아와의 '공동개발.정보공유'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면서 "하나의 유인책일 뿐"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 등의 반대가 장애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국민들의 합의" 라고 지적하고 "그것만 이뤄지면 미국은 일사천리로 NMD를 추진해 나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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