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이 철새 낙원으로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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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천댐에서 대구로 흘러드는 금호강이 철새들의 새로운 도래지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대구·경산 주변 도시화와 산업화에 떼밀려 ‘썩은 강’으로 통했던 금호강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경북대 박희천(朴喜千·생물학)교수는 23일 “지난달과 이달초 금호강지역 50여㎞에 걸쳐 조류 서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54종 5천여마리의 새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고니와 큰고니·검독수리·황조롱이 등 천연기념물 4종이 포함돼 있다.환경부 멸종위기종인 검독수리 1종도 관찰됐다.

이밖에 왜가리·해오라기·찌르레기 등 여름철새 9종과 청둥오리·개똥지빠귀·밭종다리 등 겨울철새 22종도 확인됐다.

이같은 수치는 1996년 겨울 두달간 조사때의 40여종보다 종수로는 10여종이 증가하고,개체수로는 20∼30% 늘어난 것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철새 도래가 이처럼 늘어난 것은 금호강 수질이 꾸준히 개선됐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수질 개선을 위해 영천(94년)과 경산 하양(지난해)에 하수종말처리장을 설치,운영해왔다”고 설명했다.여기다 지난해 가을부터 비가 자주 내려 유수량도 불어났다.

수질은,철새가 많이 날아드는 금호강 경산시 하양읍 청천지역의 경우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이 지난해 1월 3.9ppm에서 1년 만인 지난달엔 2.8ppm으로 크게 개선됐다.

朴교수는 “현재로선 철새 도래가 금호강의 경북구간에 집중되고 있지만 대구도심 구간인 무태교쪽에서도 고니가 관찰됐다”며 “금호강 생태계가 복원되는 증거”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임하댐 도수로 개통으로 금호강에 흘러드는 방류수(하루 26만t)가 지난 12일 시험통수된 것을 계기로 조류의 서식환경을 예전처럼 복원한다는 구상이다.

도는 다음달쯤 경산시 하양읍 청천일대 철새도래지역을 ‘조수보호구’로 지정,조수감시원을 증원 배치할 계획이다.

경북도는 이에 앞서 24일 오전 경산시 하양읍 부호리 금호강가에서 50사단 등 장병 7백여명과 기관단체장,학생 등 1천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겨울철새 보호행사를 벌인다.

참가자들은 이날 철새들이 먹을 수 있도록 보리·옥수수·볍씨·콩 등 먹이 3천㎏을 뿌리고,그물·오리낚시 등 불법엽구를 수거할 예정이다.또 장병들은 보트와 장비를 동원해 강바닥을 청소하고 그동안 구조돼 치료를 받은 고니·말똥가리 등을 방생할 계획이다.

송의호·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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