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영화] KBS1 '울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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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울 프 (KBS1 밤 11시20분)=늑대인간은 드라큐라와 함께 서양 공포영화의 단골소재다. 낮에는 사람으로 활동하다 밤이면(특히 보름달이 뜰 때) 늑대로 돌변하는 늑대인간을 다룬 영화로는 '런던의 늑대인간' (존 랜디스 감독.1981년작), '파리의 늑대인간' (앤서니 윌러.97년작) 등이 유명하다.

'졸업' 으로 1967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마이클 니콜스 감독의 '울프' 또한 늑대인간이란 서양 공포물의 고전적 모티브를 차용했다. 하지만 니콜스 감독의 연출력과 잭 니콜슨.미쉘 파이퍼 등 할리우드의 뛰어난 배우, 그리고 특수영상이 결합하면서 제법 차별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미국 뉴욕에 있는 맨해튼 출판사의 편집장인 윌 랜덜(잭 니콜슨). 실직의 위험에 빠진 그는 눈 내리는 밤에 차를 몰다가 늑대를 친다. 그리고 죽은 줄로 알았던 늑대에게 물리고 만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리오 모리코네의 선율이 흐르면서 이렇게 시작되는 '울프' 는 이후 윌의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와 함께 윌이 우연히 만난 출판사 사주의 딸 로라(미쉘 파이퍼)와 사랑에 빠지면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을 긴장감 있게 잡아낸다.

청각.후각 등 오감이 예민해지고, 남다른 정력이 솟아나는 윌. 밤에는 늑대로 변해 사람마저 해친다. 로라는 이같은 윌을 정상인으로 되돌리려 노력하지만….

인간의 정상적 모습과 늑대의 야수성이란 이중적 성격을 훌륭하게 소화한 잭 니콜슨의 연기가 볼 만하다. 94년작. 원제 The Wolf.★★★★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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