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정부 3돌] 정국 정면 돌파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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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3일 "여야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을 지키길 바란다" 고 말했다.

국민의 정부 3주년을 맞아 치사를 통해 정치 안정을 경제 재도약과 남북 관계 발전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뒤였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들고나온 '강한 정부론' 에 법치주의란 개념을 대폭 보완했다" 고 설명했다.

"안기부 자금 사건과 1994년 언론사 세무조사 자료 폐기 의혹 등으로 헝클어진 정국을 법과 원칙에 따라 정면 돌파하겠다는 金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 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청와대 관계자도 "이협(李協)총재비서실장이 대독했으나 金대통령이 미리 원고를 직접 읽고 수정했다" 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들은 "金대통령의 정면 돌파 의지가 가시화할 경우 안기부 자금 사건과 세풍(稅風)사건 등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민주당 일각에선 金대통령의 발언 뒤 "여권 내부에도 이런 원칙이 적용될 것" 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당 고위 관계자는 "金대통령은 치사에서 언급한 대로 정경유착.인사청탁 등을 임기 마지막 날까지 엄격하게 처리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민심 관리를 의식한 金대통령의 고심은 이날 치사에서도 드러났다. 金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3년을 맞는 오늘, 국민은 박수만 보내고 있지 않다" 면서 "우리가 먼저 반성하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고 2여(與) 지도부에 주문했다.

◇ 공조 과시한 2여〓민주당.자민련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권 출범 3주년 기념식을 열고 더욱 탄탄해진 공조를 과시했다.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와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은 양당 관계자 6백여명의 박수 속에 나란히 손을 잡고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민주당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남궁석(南宮晳)정책위의장, 자민련 장재식 부총재와 이양희(李良熙)총무는 단상 위에 올라 서로 상석(上席)을 권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치사 중 "자민련에 대해 한없는 감사와 존경의 심정을 가진다" 는 부분에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와 자민련 총재인 이한동(李漢東)총리와 김종호 대행의 이름을 넣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김중권 대표는 "양당 공조가 약해졌을 때 정치가 불안정해졌으며 경제와 사회의 위기가 함께 닥쳐 왔다" 며 '공조'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화답해 金대행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헌신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행사에 화환이나 축하사절을 보내지 않았다.

이양수.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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