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벌판 '죽전' 의류쇼핑 천국으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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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옛 대나무골 죽전(竹田)이 ‘옷밭’이 됐다.아파트 공사에 한창인 중장비들의 굉음만 가득했던 경기도 분당 끝자락 용인 죽전 마을 허허벌판이 ‘의류쇼핑의 천국’으로 변신했다.

주말에는 마치 세일중인 백화점을 옮겨 놓은듯 북새통이다.국내 유명 브랜드는 정가의 50∼70%,수입 유명 브랜드는 30∼40% 수준이어서 알뜰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있다.

# 한 번 가볼까

“얘! 이건 엊그제 언니가 백화점에서 13만원 주고 산 옷이랑 똑같은데 6만5천원이네.” “어머,설마했는데 정말이구나.”

지난주 토요일인 17일 오후 4시30분.‘수지읍 죽전 의류상설타운’내 가게에서 함께 쇼핑나온 여자손님들이 놀람섞인 대화를 주고받았다.김소연(22·회사원·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씨의 언니(26 ·주부)가 얼마전 시내의 한 백화점에서 구입한 코트와 똑같은 제품이 이 곳에서 절반 가격에 팔리고 있었기 때문.

여성의류점 기비(Givy)샵 마스타 이희경(31·여)씨는 “옷값을 물어보고 다른 곳에서 너무 비싸게 샀다며 속상해 하는 손님들의 모습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이튿날 오전 9시40분 맞은편에 자리한 상설매장앞 주차장.매장 셔터가 올라가는 시간에 맞춰 서울 번호판의 노랑색 스포츠카를 선두로 승용차 세대가 꼬리를 물고 들어선다.

스포츠카에서 내린 여대생 차림의 네명은 스포츠 의류 전문 매장에서 잠깐 동안 모자와 파카를 구입한 뒤 “어머,애들이 욕하겠다.빨리 스키장가자”며 서둘러 떠났다.

이들이 빠져 나가자 마자 충남번호판을 단 두대의 관광버스가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손님은 30∼40대 부부 70여명.이들은 한 보험회사의 지원을 받아 부부동반 관광길에 올랐다 이 곳에 들렀다.

“여유 시간이 빠듯해 쇼핑은 30분만 가능하다”는 여 승무원의 말이 끝나자 이들은 삼삼오오 각 매장안에 들어섰다. 쇼윈도의 먼지를 털어 내던 종업원들은 하던일을 멈추고 “어서오세요.감사합니다”는 인사로 바쁜 하루를 시작했다.

#3년 됐어요.

왕복 8차로인 성남대로를 따라가다 분당과 용인이 만나는 경계지점 양편에 ‘-자 ’·‘ㄷ자’ 형태로 ‘수지읍 죽전의류상설타운’이 둥지를 틀었다.몇년 사이에 1백여개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수도권의 새로운 쇼핑거리로 탈바꿈하는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불황에도 지난해 매출액이 5백억원을 넘어섰다.이런 추세로라면 올 매출액은 6백억원대가 무난하다고 상인회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 곳에 의류상설매장이 처음 들어선 것은 1997년 10월.

장선(47)씨의 필라 매장이 그 것.그래서 여기서 장씨는 ‘1호점 아저씨’라 불린다.

지금은 죽전 일대가 그럭저럭 도시 구색이 갖춰졌으나 당시에는 분당∼용인 도로만 시원했을 뿐 주변이 삭막했다.때문에 필라본사는 장씨의 점포개설 승인 요청을 연거푸 거절했다.다른 업자들도 “유명 브랜드 점포가 외진데 들어선다니 말이 되느냐’고 비아냥댔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자 상황은 크게 달랐다. 분당주민 등 주변의 풍부한 구매력과 편리한 교통 덕분에 손님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매장을 확장하고 소문이 퍼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유명 브랜드 매장이 속속 들어섰다.

급기야 의류점 개설 2년만인 지난해에는 서울 목동이나 건대입구,연신내,창동 등 기존 상설매장들을 규모나 매출면에서 추월했다.점포주들은 내년 말이면 점포수가 1백개 가까이 추가로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유가 있었네.

이지역이 의류 판매의 새로운 메카로 급성장한 데는 중고가(中高價)의 유명 브랜드 정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이 주효했다.

주부 오희수(38 ·분당 무지개마을)씨는 “백화점에서는 가격이 비싸 엄두내지 못했던 물건들을 여기서는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출 ·퇴근 길이자 지방대학이나 골프장, 놀이시설이 많은 용인 ·광주를 오가는 길목이란 점도 장점이다.지난해까지 주 고객은 분당을 비롯, 수지 ·죽전 ·성복 ·상현·보정·구갈지구 등 인근 아파트 주부들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서울과 광주 ·하남 ·수원 지역 고객들이 증가하는 등 상권이 확산되고 있다.

상인들은 최근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강원·충청 등 지방에서도 찾아오고 있다고 자랑했다.

상인회 총무 권오성(34)씨는 “백화점 처럼 아이 쇼핑객이 거의 없고 물건을 구입하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평일에 이곳을 찾는 고객은 주로 20∼40대 주부. 평일보다 7∼8배 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주말에는 가족단위의 먼거리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주말에는 몰리는 차량들로 매우 혼잡하다.

상인들은 쉽게 주차하고 느긋하게 쇼핑을 하려면 평일을 이용하고 일요일의 경우 오전이나 늦은 시간대 방문해 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찾아가는 길

▶버스:잠실서 1116번 ·광화문서 1005-1번 ·강남서 2002번 ·분당서 810번과 820번 ·성남서 116번과 700-1번 타고 대현 ·죽전초교앞이나 동성아파트앞 버스정류장에서 하차.

▶지하철:3호선 전철 수서역서 분당선으로 바꿔타고 오리역 하차. 어른 걸음으로 성남대로를 따라 남쪽(용인)10∼15분거리. 오리역에 택시들이 대기하고 있으며 기본요금.미금역이나 오리역에서 21 ·22번 마을버스 10분 간격 운행.

▶승용차:-경부고속도로 판교IC에서 수지쪽으로 우회전 한 뒤 고속도로옆으로 지나는 393지방도∼풍덕천네거리 도착한 뒤 광주방향 좌회전(43국도 ·6백m직진)∼동성아파트앞 죽전고가도로 네거리서 좌회전해 분당쪽 2백m.

-내곡∼분당간 도로 및 수서∼분당간 도로가 연결되는 성남대로(분당신도시내)타고 용인접경지역까지 진입.

-경기도쪽에선 393지방도(오산∼서울)와 43국도(수원∼광주)타고 분당선 전철기지창 인근 동성아파트앞 도착해 분당쪽 2백m.

*개점시간은 오전10시∼오후9시.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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