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규약 불공정 시정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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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프로야구 규약과 통일계약서가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트레이드·자유계약선수(FA)제도 등을 담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는 프로선수 계약과 같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계약에 처음으로 공정거래법이 적용된 사례로,다른 프로 스포츠와 연예계에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21일 전원회의를 열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프로야구 8개 구단에 대해 KBO 규약과 통일계약서를 60일 안에 수정 또는 삭제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KBO와 구단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KBO가 구단간의 경쟁을 제한하고 각 구단이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과 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KBO는 이에 대해 “프로 스포츠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위는 ▶정규시즌을 10년 이상 뛰어야만 자유 계약 선수 자격을 부여한 FA제도와▶재계약이 안될 경우 임의 탈퇴 선수로 내보내는 재계약 보류제는 선수들의 구단 선택권 및 교섭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제도라고 판정했다.

또 ▶구단이 선수 의사에 관계 없이 마음대로 다른 구단에 넘기거나 맞교환하는 트레이드 제도▶선수가 구단과 계약할 때 대리인을 내세우지 못하도록 규정한 대면계약 제도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공정위는 그러나 구단전력 평준화를 위해 드래프트제도는 현행대로 인정했다.

공정위는 통일계약서 가운데 ▶선수에게 유니폼·운동화 등을 구단이 지정한 회사 제품만 구입하도록 한 조항▶광고 출연 등 선수의 대외 활동에 대해 구단 승낙을 받도록 한 조항▶선수 계약 해지를 위해 KBO총재의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 등 8개 조항을 불공정 약관으로 규정했다.

이태일·서경호 기자<pinetar@joongang.co.kr>

◇한국야구위원회 입장

재계약 보류제·트레이드제·대면계약제·자유계약선수제도 등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도 시행 중이며 이는 프로야구존립을 위해 필수적인 제도다. 이번 결정을 좀 더 검토한 뒤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에 비추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KBO와 각 구단으로서는 적절한 법적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이상일 (KBO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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