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여우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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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유난히 눈도 많았고 기온도 떨어졌던 올 겨울.그 겨울의 끝자락에 찾아온 공포영화다.감독은 ‘링’을 연출했던 나카다 히데오(中田秀夫). 일본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스즈키 코지의 연작소설 ‘링’(1998년)‘링2’(99년)를 영화로 옮겼던 나카다 감독의 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제작년도는 96년. ‘링’ 시리즈에 입문하기 2년 전에 만든 작품이다.

그러나 모티브는 ‘링’시리즈와 유사하다. ‘링’이 한 여관방에 있는 비디오 테이프에 나타난 원혼(寃魂)의 미스터리를 풀어간다면, ‘여우령(女優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영화 필름 속에 갑자기 등장하는 여배우의 과거를 캐가는 형식이다.

어느날 촬영필름을 검토하던 영화 스태프들에게 그들이 전혀 찍지 않았던 여인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여우령’은 이같은 비현실적 상황을 계기로 이후 벌어지는 감독과 영화 속 여인간의 긴장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 감독의 어린 시절이 삽입되고….

잔인한 액션보다 우리 마음 속에 잠재된 두려움을 교묘하게 건드리는 일본 공포영화의 개성이 엿보인다. 그러나 대중문화 개방 이후 물밀 듯 들어온 일본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특별히 새로울 게 없을 수도 있다. 내달 3일 개봉.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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