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기도입 한점 의혹 없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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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올해 안에 결정될 10조원 규모의 국군 전력증강 사업을 둘러싼 움직임이 심상찮다. 우선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F-X)사업을 놓고 미국 정부의 압력설, 제작사와 해당 국가들의 치열한 로비 움직임이 국방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논란거리로 등장한 가운데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은 지난달 말 있었던 3군 참모총장과 보잉사 사장간의 면담 경위를 조사토록 군 수사기관에 지시했다고 한다.

趙장관의 이 지시가 어떤 불법적인 상황을 상정해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기 선택의 시기가 가까워 올수록 경쟁사와 경쟁국은 그 선택에 영향력을 가진 군 인사는 물론 유력 정치인들에게 무차별적인 로비를 시도했던 전례에 비춰 보면 趙장관의 지시는 그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군의 관련 당사자들은 물론이고 유력 정치인들도 우리 군의 현대화를 위한 전력증강 사업이 군사적 논리에서 결정.집행될 수 있도록 불법적인 로비에 이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처신해야 한다.

4조3천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F-X사업은 보잉사를 비롯해 4개 외국 전투기 제조회사가 입찰제안서를 제출해 늦어도 가을께는 기종이 선택되게 돼있다. 항공사나 경쟁국들이 사활을 걸고 로비에 나서고 있다 한다.

그러나 그 로비는 어디까지나 무기도입의 3대 조건인 성능.가격 그리고 기술이전의 상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해 합법적으로 이뤄져야지, 불법적 거래나 정치적 흥정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과의 특수관계를 내세워 '특혜' 를 강요하는 일은 물론 있어서는 안된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 전 방미했던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장관에게 자국 F-15K기의 우수한 성능을 설명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권유가 은근한 압력으로 비춰진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정부는 어디까지나 우리 지형과 안보환경에 가장 적합하고, 기술이전과 후속 군수지원에 유리한 기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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