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마을버스 4개노선 폐지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서울 개포동·대치동·청담동·압구정동·역삼동 등 강남구 일대를 운행하던 마을버스 네개 노선이 법원 판결에 따라 폐지되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버스 노선 폐지가 예견됐는데도 당국에서는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아 구청 홈페이지에는 주민들의 항의성 글이 수십건 올라있고 담당 부서에도 민원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

지난 17일 없어진 노선은 1997년 말 개통된 1·2·3·4번 마을버스. 이 버스들은 1번이 영동대교 남단∼압구정역∼신사역∼관세청 사거리∼선릉역∼역삼역을, 2번이 강남경찰서∼삼성역∼청담동∼압구정역∼강남구청을 운행했다.

또 3번은 개포동 아파트 단지∼매봉터널∼강남구청∼선릉역을, 4번은 개포동 아파트 단지∼대치역∼테헤란로를 순환하는 등 강남 주요지역을 연결해 왔다. 요금도 시내버스의 절반(3백원)이어서 하루 평균 이용객만 1만5천여명에 달했다.

◇노선 폐지〓마을버스가 없어진 것은 지난달 내려진 대법원 판결 때문. 시내버스 업자들이 낸 소송에서 대법원은 “강남구가 일반버스와 과도하게 중복되는 마을버스 노선을 허가한 것은 마을버스가 지하철이나 일반버스의 보조·연계수단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노선면허 취소 판결을 내렸다.

강남지역 18개 시내버스 회사들은 마을버스 노선이 장거리인데다 자신들의 노선과 너무 겹쳐 수익을 침해한다며 강남구를 상대로 97년 소송을 냈었다.

◇주민불편〓주민들은 이같은 판결에도 불구하고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려면 시간과 요금이 두세배 드는 등 불편이 크다고 호소한다.

삼성역 부근 집에서 개포동 시영아파트까지 출·퇴근하는 尹모(30·여)씨는 “마을버스 한번만 타면 30분이면 갔는데 지금은 지하철 2호선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도 다른 마을버스를 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까운 거리를 바로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하는 등의 대책도 안 세우고 마을버스만 없애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개포1동에 사는 여고생 李모(17)양도 “대치동에 있는 학교나 학원을 오가라면 마을버스 만한 게 없는데 갑자기 폐지돼 학생들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마을버스 폐지가 자가용 이용을 부추겨 교통혼잡만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팔짱 낀 시·구청〓강남구와 서울시는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려면 마을버스 같은 지역내 순환 교통수단이 필수적이나 일반버스와 겹치지 않게 노선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노선과 정류장이 4개 이상 겹쳐서는 안된다.

강남구 관계자는 “이 지역은 사방에 간선도로가 뚫려 있어 일반버스와 겹치지 않는 마을버스 노선을 만들기 어렵고 설사 만들더라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시가 시내버스회사에 손실분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특단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지하철역과 시내버스 정류장을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마을버스 노선 조정작업이 올해 말까지 완료되면 불편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sunt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