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간의 ‘신냉전’ 미국·중국 화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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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 두 달간 악화일로를 걷던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이 극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대립했던 양국이 고위급 외교관의 직접 접촉을 통해 갈등을 봉합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다.

양측의 대화는 제임스 스타인버그(사진) 미국 국무부 부장관 일행이 2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중국 방문을 시작하면서 본격 재개됐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날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미주 담당 부부장(차관)을 면담했다. 그는 베이징(北京) 체류기간에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 또는 양제츠(楊潔<7BEA>) 외교부장 중 한 명을 추가 면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면담에서는 북핵 관련 6자회담 재개 문제도 일부 논의될 수 있겠지만 최우선 의제는 미·중이 협력 국면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먼저 대화 의향 비쳐”=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미·중 관계는 ‘조용한 냉전’이란 비유가 등장할 정도로 험악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때까지만 해도 양국 관계는 순풍을 탔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중 직전 “중국의 부상을 인정하고 억제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훈풍이 불었었다.

그러나 올 들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듯 ‘중국식 미사일방어(MD)’로 불리는 위성 요격 시험을 강행하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이어 구글의 e-메일 검열 논란, 미국의 환율 문제 제기, 보복 관세 등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18일 백악관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면담하면서 중국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극단을 치닫던 양측의 갈등은 2월 말 반전의 기미가 보였다. 2월 24일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중국을 방문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고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은 “보즈워스 대표가 중국 측에 미국 정부의 대화 재개 의향을 전달한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지난달 27일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양국이 경제무역 분야에서 평탄치 못한 한 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유화적 메시지를 띄웠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스타인버그의 3월 초 방중 일정을 전격 공개했다.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 위안펑(袁鵬) 미국연구소장은 1일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의 방중은 미국 정부가 양국 관계를 중시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협력 관계로 되돌리려는 의미가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미·중 글로벌 공조 현안 산적=양국이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은 것은 양측 모두 파국을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보궐선거에서 패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대만 무기 판매, 구글과 환율 문제 제기, 달라이 라마 면담 등으로 소기의 국내 정치 목적을 달성했다. 중국 역시 미국과 불편한 관계를 계속 끌고 가서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안정적 경제 성장과 지속적 발전을 위해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가 필요하다.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양국이 글로벌 현안을 방치하고 파워 게임만 계속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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