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 직전 튄 ‘칠성파’ 두목 … 누가 정보 흘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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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경찰이 전국 최대 폭력조직 칠성파 두목 이강환(67)씨를 눈앞에 두고 놓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건설업체 사장에게 4억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씨를 잡기 위해 부산 연제경찰서는 지난달 22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체포영장은 이날 오전 11시50분쯤 법원에서 발부됐다. 이씨의 움직임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던 경찰은 강력계 형사 20여 명을 체포영장 발부 직전 부산의 모 호텔 커피숍에 미리 잠복시켰다. 이씨가 호텔 커피숍에 들어선 것은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30여 분이 지난 낮 12시20분쯤이었다. 그러나 이씨 일행은 커피숍에 들어서면서 전화를 받고는 평소와 달리 자리에 앉지 않고 화장실 쪽으로 나간 뒤 사라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들은 이씨가 자리에 앉지 않자 바로 검거하려 했으나 호텔 로비에서 소동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은 이씨를 거주지에서 검거하기로 작전을 바꾸고 추적했으나 이씨는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이씨 측근을 통해 체포영장 만료 시한인 지난달 28일까지 출두를 종용했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자 2일 오전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검거가 실패로 돌아가자 경찰의 안이한 대처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씨가 체포영장 발부 직후 이를 곧바로 알아챈 것은 경찰 내부 정보가 유출된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정보가 유출됐다는 흔적은 없다. 체포영장 발부 과정에서 다른 경로로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부산의 건설업체 사장을 위협해 4억원을 빼앗고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조직원을 동원해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가 검찰에 체포된 적은 있지만 경찰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수배가 내려지기는 처음이다.

부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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