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정보 한·미 시각차"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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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방문을 마치고 지난 17일 귀국한 임동원(林東源)국정원장이 20일 오후 국회 정보위에 나왔다. 의원들은 그의 방미 내용, 1996년 총선 때 안기부 자금의 신한국당(한나라당 전신) 총선자금 유입 문제 등을 따졌다.

◇ "안기부 예산" vs "안기부 자금" 〓안기부 경제정책실장을 지낸 한나라당 박종근(朴鍾根)의원은 "안기부 예산의 출금은 국고수표가 아닌 일반수표로 한다" 며 "안기부 예산이 어떻게 집행되고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검찰이 밝히라" 고 촉구했다. 朴의원은 유흥수(柳興洙)의원 대신 투입됐다.

같은 당 강창성(姜昌成)의원은 "수백명의 차명계좌로 관리되는 안기부 계좌에서 돈이 나갔다고 예산이라고 단정할 수 있느냐" 며 "예산이 아니라 통치자금 등 정체모를 돈이 섞여 있는 안기부 자금이라고 하는 게 옳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뭉칫돈이 들어간 선거 때 먼저 예산에서 빼다 쓰고 나중에 불용액 등으로 충당한 것" (朴相千의원), "95년~96년 1월 발행된 국고수표가 들어간 계좌에서 1천1백97억원이 그대로 인출된 만큼 안기부 예산이 틀림없다" (李相洙의원)고 반박했다.

林원장이 "예산이 빠져나가 정치권으로 유출된 게 확인됐다" 고 한 발언을 민주당 간사인 문희상(文喜相)의원이 언론에 소개한 데 대해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 퇴장하는 소동도 있었다.

정형근(鄭亨根)의원은 "여야 간사 합의를 거치지 않고 文의원이 일방적으로 국정원 보고를 발표한 것은 국회법 위반" 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의 별도 논평에서 "국정원 관계자들은 그만큼의 불용액이 결코 조성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며 "모든 의혹을 특검제로 풀자" 고 요구했다.

◇ "대북(對北)정보, 우리도 미국 못잖아" 〓林원장은 방미 결과를 설명하면서 "북한을 판단하는데 있어 우리와 미국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서양의 잣대로 북한을 재단하려는데 반해 우리는 동족으로서 (북한의)사고방식.정서 등을 잘 이해하기 때문" 이라고 지적했다.

林원장은 "정보의 소스엔 공개정보와 통신정보.인간정보가 있다" 며 "미국이 북한에 관한 통신정보는 우리보다 앞서 있지만 인간정보는 우리도 미국 못지 않다" 고 설명했다.

林원장은 회의 직전 정보위원들과 만나 "방미 중 미 중앙정보국(CIA)의 북한정책 분석관 10여명과 두시간 동안 만나 정보 판단에 관해 토론했다" 며 "다만 이 정보를 근거로 판단을 하는데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 고 전했다.

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이 탄두.화학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한 조지 테닛 CIA국장 발언에 대한 국정원의 입장이 뭐냐" 고 물었다.

이정민.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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