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이라크 공습 왜 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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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과 영국의 전격적인 이라크 공습은 미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안보전략의 향배를 가늠할 중요한 단서다.

가시적인 이라크의 도발이 없었는데도 비행 금지구역 이외의 목표를 포함한 대규모 공습을 벌인 것은 단순한 군사적 목적을 넘어선 일종의 무력 의사표시로 간주된다.

우선 부시 정부의 의중을 떠보려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성격이 강하다.

동시에 러시아와 중국.유럽 등 미국의 대외정책 방향을 주시하고 있는 세계 각국에 나름대로의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공습은 정밀한 검토를 거쳐 지난 15일 부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이뤄진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한주를 '안보강조주간' 으로 정하고 군부대를 시찰했는데 이라크 공습은 바로 안보 주간 행사의 대미를 장식하는 계산된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라크가 첫번째 대상으로 지목된 것도 자연스런 귀결이다. 부시는 선거유세 과정에서 빌 클린턴 행정부의 뜨뜻미지근한 이라크 정책을 맹렬히 비난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이라크에 대한 공습은 비행금지 구역 안의 군사목표만을 대상으로 간헐적으로 이뤄졌었다. 이라크의 후세인은 그 틈을 타 방공 레이더망과 대공미사일 전력을 슬금슬금 강화했다. 이라크는 또 최근 샘미사일 부대 전력을 대폭 강화했다.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가 최근 거의 유명무실해졌고 일부 유럽 국가들이 이라크와 무역을 재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이번 폭격의 배경으로 보인다. 폭격을 통해 이라크와 석유거래를 하려는 유럽 국가들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다목적 전략인 것이다.

이번 공습 결정에 참여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이라크와 감정이 있다. 10년 전 걸프전을 시작한 것이 부시의 아버지인 부시 당시 대통령이었고, 딕 체니 현 부통령이 당시 국방장관이었으며,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당시 합참의장이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이번 공습을 계기로 대 이라크 강공책으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단정하긴 이르다.

부시 행정부 내의 매파로 분류되는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은 군사공세 강화와 사담 후세인 제거를 포함한 포괄적인 강경책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파월 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은 유엔제재의 강화를 통한 비군사적 압박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이번 공습은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이 결정될 때까지 우선 후세인의 기를 꺾어놓는 사전경고의 의미가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워싱턴〓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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