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해고-파업 충돌…대우차 결말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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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폭설에 묻혀 한주가 갔다.

3월이 머지 않았는데 산하는 다시 눈에 덮였다.

예상치 못했던 설란(雪亂)에 기업들은 물류비용 더 치르느라, 농민들은 무너진 비닐하우스 때문에 울상이다.

기습은 눈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주말 미국의 기습적인 이라크 공습은 시장에 적지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당장 유가가 반등했다. 주말 뉴욕 현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배럴당 29.16달러로 다시 30달러선에 다가섰다.

미국의 공습이 국제사회에서 박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움직임을 보이고 있던 터여서 이번주 이후 국제유가의 움직임을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주말에 전해진 폴 오닐 미국 재무부장관의 발언소동도 음미해볼 만한 것이다.

그의 독일 신문과의 인터뷰 요지는 "미국 경제가 강해야 달러화도 강세를 유지할텐데, 미국 경제가 지금 강하지 않다" 는 것이었다.

누가봐도 달러화 약세를 용인하겠다는 의미였다.

이런 발언이 민감한 반향을 일으키자 그는 하룻만에 발언을 취소하는 소동을 벌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닐이 취소한 발언 속에 부시 행정부의 속셈이 담긴 것으로 풀이한다.

미국기업들의 가격경쟁력에 도움이 될 달러 약세를 적극 유도하지는 않더라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달러가치를 억지로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의도를 은연중에 내비쳤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금리와 환율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국고채 금리가 연 5%선에 자리잡으면서 저금리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은 혜택이 제한적이지만 기업들도 저금리 활용에 나서고 있다.

반면 원화가치는 슬금슬금 올라서 지난주 연중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외국인 투자자금이 쏟아져 들어온 탓이지만 저금리시대의 원화강세 파장이 어디로 튈지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점이다.

원화가 아직은 저평가돼 있지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오름세에 신경이 쓰일 법하다.

주초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의 파업 진행상황도 관심거리다. 회사측의 정리해고와 노조의 저항이 맞물려 있는 대우차 사태의 향방은 비단 대우차뿐 아니라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4대개혁의 마무리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조의 저항은 과거보다 많이 약화돼 사고가 없다면 장기화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주중에 예정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방북 결과도 관심이다. 鄭회장이 의도대로 금강산 육로관광과 관광료 삭감 같은 결과를 얻어낸다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에는 낭보가 될 것이다.

예년 같으면 재계와 금융계가 지금쯤 주총 시즌이 본격화됐을 시점이다.

그러나 올해는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눈치를 보느라 대부분 이달말 이후로 주총을 늦춰잡고 있다. 이제 상장회사에서만큼은 "내 회사 내맘대로" 라는 황제경영식 인사는 점차 사라져가는 양상이다.

손병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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