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우병 쇠고기 北지원이라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광우병 공포증이 전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광우병 감염 우려로 도살된 쇠고기가 북한에 지원될 것이라는 소식은 충격적이다.

북한 당국의 요청에 따라 독일이 지원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인 터에 스위스 정부는 지난 15일 50여억원어치의 쇠고기 지원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은 아무리 기아가 위중하다 하더라도 이런 모멸적인 지원 요청을 즉각 취소해야 한다.

또 북한으로부터 그러한 요청을 받고 지원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인 국가들도 결정 및 검토 자체를 바로 철회해야 한다.

그러한 지원은 문명국가의 도덕률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며 심하게 말하면 인종차별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다.

광우병의 피해 위험성이 얼마나 심각한가는 발생지인 영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와 조금이라도 그런 우려가 있는 국가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를 봐도 알 수 있다.

광우병 발생국들이 감염 여부와 관계없이 대량의 소들을 도축.폐기하고 다른 국가들은 광우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더욱이 역학자들이 인간의 경우 잠복기가 수십년에 이르고, 말기 이전에 증세를 감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까지 말할 만큼 이 병의 위험성은 심각하다.

북한이 기아 해결의 한 방안으로 이런 쇠고기를 지원받겠다는 것은 너무도 단견이다. 치명적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화장품 원료로도 못쓰게 하는 쇠고기를 자기 인민에게 먹이겠다는 발상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스위스와 독일은 자기들은 안먹는 쇠고기를 북한에 지원하면서 인도주의라고 주장해서는 안되며, 정말 북한의 기아 사태를 걱정한다면 다른 원조 방안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북한에 대해 그 위험성을 지적하고, 또 스위스.독일에도 우리의 우려를 충분히 전달해 이런 계획이 중지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