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국민투표] 야당은 "몹쓸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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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권은 청와대가 ‘대통령의 중대 결단’을 통해 국민투표를 시사한 데 대해 1일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한나라당의 내분으로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처리하지 못하게 되자 국민투표 카드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생각에서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대통령이 결단할 것은 국민투표가 아니라 세종시 백지화 음모를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투표론에 대해 "대통령으로서는 도저히 해선 안되는 몹쓸 결단”이라고 규정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도 “수정안이 안 되면 당연히 원안대로 가는 것이 법치주의 원칙”이라며 “국민투표라는 편법까지 동원해 기필코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이겠다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충청권과 비충청권이 4분5열로 쪼개져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권의 속마음은 복잡하다. 실제로 전국적인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지지율이 원안보다 높게 나오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종시 관련 여론의 경우 이해관계가 걸린 충청권이 좌우했지만 국민투표가 실시되면 수도권 등에서 ‘숨어 있던 여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런 만큼 야권은 청와대가 ‘국민투표론’을 공식 제기할 경우 위헌성을 쟁점화할 태세다.

대법관 출신인 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미 지난달 당 회의에서 “국민투표는 국가의 법 원칙을 흔드는 무모한 주장”이라며 “세종시가 (헌법에 규정된 국가 존립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에 해당돼)국민투표 대상이라면 국토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4대강 사업, 국가백년대계인 교육 개혁정책도 모두 국민투표 대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법률 개정이나 개폐는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 권한”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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