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도요타 리콜 사태에서 배운다 … IT 컨버전스 시대의 위험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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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최근 도요타의 리콜 사태를 두고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의 결합, 이른바 ‘차량 전장화(電裝化, electronic)’가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계와 IT 결합의 핵심요소인 전자제어장치의 결함으로 프리우스·렉서스 등 도요타의 간판급 하이브리드 카들이 줄줄이 리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자동차와 IT의 결합은 연비 개선이나 안정성 강화, 친환경 기능이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기존 기계 중심의 자동차로는 혁신에 한계가 있어서다. 문제는 전자제어장치와 같이 민감한 결합부품일수록 기술적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데 있다. 안정성이 최고 덕목인 자동차 산업과 달리 IT산업은 혁신성을 추구한다. 이런 이질적인 산업 간 기술적 특성이 결합부품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배경이다.

하이브리드는 두 가지 기능이나 역할이 하나로 합쳐지는 이종 결합이다. 반면 IT 컨버전스는 전자기술이 기계에 녹아 들어가는 융합을 뜻한다. IT 시장은 컴퓨터·네트워크·애플리케이션·콘텐트 간 융합이 대세다. 올 1월 미국에서 열린 북미가전쇼(CES 2010)에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새로운 융합 트렌드로 부상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아자동차와 함께 운전자의 목소리만으로 라디오 주파수나 CD플레이어, 내비게이션 등을 조작할 수 있는 첨단 제어장치를 선보였다. 위성항법장치와 지능형 교통망, 인공지능 카메라가 자동차와 연결되는 미래에는 자동차 스스로 운전까지도 가능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기술융합은 초기엔 필연적으로 불확실성을 높인다. 도요타 리콜 사태는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경고다. 이런 융합에 따른 기술적 위험 관리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신기술 개발이나 표준 제정 등이 국가 차원에서 빨리 논의돼야 한다. 도요타 리콜 사태를 교훈 삼아 국내 IT 컨버전스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발전한다면 한국은 전 세계 기술융합 시대의 주도권까지 넘볼 수 있다.

김 제임스 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jameskim@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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