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치의 계절 … 베이징‘양회’에 13억 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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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각각 3일과 5일 개막한다. 정협은 13일까지 열리고, 전인대는 16일 폐막한다. ‘중요한 두 회의’라는 의미에서 양회(兩會)로 불리는 전인대와 정협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다.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사는 이번 양회에선 ▶거시경제 정책 조정 ▶부동산 안정 대책 ▶선거법 개정 ▶교육과 의료 개혁 ▶주택 강제철거 대책 등이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법 개정되나=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 성장 목표를 비롯, 민생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특히 올해 양회에선 중국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중장기 교육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화통신은 “2008년에 국내총생산(GDP)의 3.48% 수준이었던 교육예산을 2012년까지 4%로 끌어올리는 내용을 담은 교육 개혁에 대한 의견 수렴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인대에서 논의될 법안 중에선 선거법 개정안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임기 5년의 전인대 대표는 성·시·자치구의 인구수에 따라 선출된다. 현재 농촌의 전인대 대표는 도시 지역 대표보다 네 배나 많은 주민을 대리해 선출된다.

이런 불평등한 현상이 생긴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1949년 중국 건국 당시 농촌 인구는 전체의 90%에 달했다. 도시와 농촌의 대표 비율을 동등하게 했다면 농민 대표의 비중이 너무 크질 수 있어 차등을 뒀던 것이다. 50년대는 도시와 농촌 대표 비율이 8대 1이었다. 95년 4대 1로 조정된 뒤 지금껏 수정되지 않았다. 중국 언론들은 “도시화로 도시 인구가 전체의 47%(2009년)나 되면서 농민의 인민대표 선거권이 불이익을 받고 있어 개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해 왔다.

◆인사 개편도 이뤄질 듯=전인대는 행정부 격인 국무원 산하와 법원·검찰 인사에 대한 비준을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 대사 인사가 특히 주목된다. 일본 주재 대사로 내정된 청융화(程永華) 대사 후임의 주한 대사에 누가 임명될지가 우리로선 가장 큰 관심거리다. 공석인 주영 대사를 비롯, 주미국·북한 등의 대사도 교체될 예정이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보시라이(薄熙來) 충칭(重慶)시 당 서기는 반부패 투쟁의 성공 사례로 이번 전인대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정협 회의를 앞두고 사정 바람이 불면서 지방 간부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했다. 산둥(山東)성 쑨수이(孫淑義) 정협 주석, 구이저우(貴州)성 황야오(黃瑤) 정협 주석, 닝샤(寧夏)회족 자치구 리탕탕(李堂堂) 정협 부주석이 옷을 벗었다. 한편 정협은 이번에 티베트 불교 2인자인 제11대 판첸 라마 기알첸 노르부(20)를 위원으로 위촉했다.

◆베이징 비상=양회 기간에는 지방의 내로라하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거의 대부분 베이징에 집결한다. ‘정치의 계절’로 불리는 이 기간에는 13억 중국인의 이목이 인민대회당으로 쏠린다. 양회 대표들이 베이징으로 집결하기 시작한 1일부터 이들이 투숙하는 베이징 시내 주요 호텔 주변에는 무장 경찰이 배치됐다. 대표들의 신변 보호를 이유로 보안이 대폭 강화돼 베이징은 사실상 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의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 그러나 중국공산당의 실질적 지도를 받는다. 헌법과 법률 개정, 국가주석과 총리뿐 아니라 최고인민법원장과 최고인민검찰원장 선출권도 행사한다. 성(省)·자치구·직할시·군부가 선출한 약 3000명의 대표로 구성된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각종 사회·직능 단체 대표로 구성된 국정 자문기구. 공산당과 정부에서 물러난 간부들이 대거 위원 자리를 차지해왔다. 최근에는 국가에 공헌을 했거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들의 정계 등용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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