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특별상 수상 천안천성중 배준식 교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0면

지난해 스페인 NGO 평화협력재단이 주최한 평화만들기 대회에서 학생들과 반기문 UN총장에게 편지 보내기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천안천성중 배준식 교사. [조영회 기자]

천안의 학생들과 선생님이 합심해 일을 냈다. 50여 국가가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큰 상을 탔다. ‘세계 1등’이다. 주인공은 천성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지도를 맡은 배준식(35) 교사. 이들은 지난해 스페인NGO ‘평화협력재단’이 주최한 ‘함께 평화롭게 사는 것 배우기-UN과 함께하는 평화 만들기 대회’에서 가장 큰 상인 특별상을 받았다.

특별상은 전 부문에서 현저한 활동(각 부문에서 우수한 활동을 한 단체나 개인 대상 선정)을 한 사람에게 돌아가는 의미 있는 상이다. 천성중학교는 70여 명의 학생들과 교사가 함께 활동한 점을 높이 평가 받았다. 배 교사는 대회 준비과정을 담은 영상을 통해 교사 동영상부문 1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세계평화’라는 주제로 열린 대회는 그림과 포스터, 사진 등의 다양한 부문으로 나눠 열렸다. 천성중 학생들이 출전한 부문은 ‘UN 사무총장에게 편지쓰기’. 이들은 ‘세계평화’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영문편지를 썼다. 국제대회라 편지를 영어로 써야 한다는 점에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 영작 경험이 없어 한 줄을 써내려 가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했다.

배 교사는 그럴 때 학생들을 격려하는 역할을 맡았다. “네 생각을 그대로 적어보라. 네 생각이 세계 최고”라며 학생들을 용기를 북돋아 포기하지 않도록 도왔다. 학생들이 편지를 써오면 거기에 영작 교정을 보기도 했다. 배 교사는 최대한 원문을 고치지 않고 학생들의 느낌을 살리려 노력했다.

그는 “형식보다 콘텐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른의 솜씨로 폼을 내는 것보다는 학생들이 국제대회를 통해 국제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다는 경험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뻔하고 식상한 정답보다는 오답일지라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더 가치 있다고 여겼다. 그는 “학생들의 연령대에 맞는 일상적인 생각들이 특별상 수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배 교사는 이번 수상으로 “한국학생들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 기쁘다”며 “7급 공무원 시험에 붙는 것보다 하버드대에 가는 게 어쩌면 더 쉬울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정보만 있으면’이라는 조건이 붙는다고 했다.

배 교사는 한국학생들이 뛰어난 것에 비해 국제적인 정보를 주고 이끌어 주는 지도자가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어른들의 역할인데 대부분이 국제적인 교육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배 교사는 “세계무대에서 언어장벽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정말 핵심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학생들의 창의력은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그걸 가장 잘 증명하는 길은 직접 밖으로 나가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직접 나가 부딪쳐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고 그 과정을 돕고 싶다”며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배 교사는 올해도 국제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상을 받았던 대회다. 올해 주제는 ‘환경보호’. 환경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꾸준히 모여 아이디어회의를 하며 준비 중이다.

겨울방학부터 학교에 나와 대회준비를 해오는 학생들이 20여 명. 제대로 시작한 것도 아닌데 학생들의 학구열이 뜨겁다고 한다. 그는 “수상보다는 학생들의 국제 감각을 키워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글=고은이 인턴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