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건물 없이 펼치는 '하나님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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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우리들교회 김양재 목사, 학교의 허가를 받아 임시 교회로 쓰고있는 서울 대치동 휘문고 구내 식당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목사님 폭삭 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박 한번 터뜨리려고 빚까지 내 투자했는데, 60평 아파트도 날아가 쪽박을 찼고 이젠 원룸에서 네 식구가 살아야 돼요."

집사 한 명이 주식 중독으로 알거지가 된 사연을 털어놓았을 때 김양재(53.우리들교회)목사는 대뜸 잘라 말했다. "외려 감사한 일이죠."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우리 애가 대학에 떨어지면 어쩌나, 돈 못 벌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란 모두 욕심 탓이라는 것, 이제는 주식은 잊고 빚 걱정만 하라는 하늘의 사랑을 입었으니 잘됐다는 조언이었다. 곰곰 생각하던 집사는 다음 예배시간에 간증을 자청했다. "주식일랑은 이젠 잊고 새 사람이 되렵니다."

신자들이 "할렐루야!"를 외친 것은 물론이다. 이런 분위기의 우리들교회 자랑은 '따로국밥'이 아니라는 점이다. 성경과 신앙, 삶과 예배가 따로 놀지 않는다. 신자 수 650명의 미니교회.

하지만 그게 지난 6월 문을 연 개척 1년의 성과라는 점에서 교계의 화제다. 이 교회는 가장 가난한 교회다. 교회 건물조차 없어 고교(휘문고) 구내식당을 빌려 예배를 드린다. 그게 부자동네로 알려진 서울 대치동 한복판의 일이다.

그 가운데 김 목사가 서 있다. 여성 목사 안수를 허용한 독립교단을 선택해 목회자가 된 그는 살아온 내력 자체가 드라마다. 서울대 음대를 나온 전업주부 출신이라는 점, 혹독한 시집살이 끝에 가출까지 했다가 남편과 사별한 뒤 평신도 사역을 거쳐 나이 48세인 1999년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던 '독종'이기도 하다. 그 우리들교회는 활기에 넘친다. 세상에 상처받은 신자들이 모여 즐거움 속에 위로를 주고받기 때문이다.

"박가람(가명) 형제도 그렇지요. 잘 나가는 보스턴 오페라단 가수였는데, 군대에서 불의의 구타 사고로 그만 황금 같았던 목소리를 잃었어요. 하늘에 삿대질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하다 제 교회를 찾았답니다. 저는 QT(성경 구절을 앞에 둔 묵상)를 가장 중시하는데, 어느날 그분이 눈물을 좔좔 쏟아요. '하나님 권세에 굴복하지 않은 죄'를 설명한 로마서를 읽다가 자기 오만을 깨달은 거죠."

김 목사의 다음 설명은 기독교 용어로 '기적'이다. 박씨는 군법회의에서 구타를 한 이를 용서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을 간증하는 예배시간에 교회는 눈물바다가 됐다. 감동한 신자들이 박씨에게 찬양가를 불러달라고 독촉했다. 입을 뗀 박씨의 입에서는 갈라지는 모기 소리만 앵앵댔다. 사건은 그때 터졌다. 순간 우렁찬 성악가의 목소리가 되살아난 것이다. 이 일을 두고 김 목사는 "내가 죄인이라 고백하니 하늘이 응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들교회(www.woori.cc) 홈페이지엔 이런 감동 스토리로 가득하다. 김 목사가 펴낸 책 '복있는 사람들은'(두란노)도 신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런 김 목사에게 물어봤다. "우리들교회 QT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믿는 철지난 맹목주의가 우려된다. 또 왜 지나치게 엄한 구약의 하나님, 무서운 하나님만을 강조하는가?" 자신에 찬 김 목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신학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그게 내가 신봉하는 생활 목회요, 고난의 신학입니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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