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야마다 기미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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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상대의 급소는 나의 급소인데

총보(1-185)="호구되는 곳이 급소다."는 격언이 있다. 들어가면 죽는 호랑이 입. 그런데 이 호구(虎口)의 형태는 탄력이 기막히다. 다음 행마가 쉽게 나오고 그 자체로도 완벽한 모습이다.그러니 그곳을 상대에게 내줘서는 안되고 내가 먼저 차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상대의 급소가 나의 급소다." 는 격언도 있다.상대가 두어서 좋은 곳은 대개 내가 두어도 좋은 곳이란 의미다.바둑 8급이면 다 아는 이 두가지 충고를 머리에 담아두고 실전의 104부터 다시 보자.

104로 젖히자 끊을 수 없다고 본 야마다8단은 105로 후퇴했고 그순간 劉9단은 노타임으로 106에 호구쳤다.106의 호구는 너무도 깨끗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자리여서 더이상 생각할 것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뒤를 따라 107이 놓이자(이곳도 호구다!)흑모양이 시원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백모양은 갑자기 빛을 잃었다.

劉9단이 안일했던 것이다.劉9단은 침입군이 무사히 살아나온 것에 만족해서 단순히 호구하고 말았지만 이곳은 ‘참고도’백1에 둘 자리였다.

백1은 호구자리인 동시에 상대의 급소. 위에서 언급한 두가지 격언 모두에 해당하는 천하의 명당자리였다. 승부의 명암도 이 한수에서 갈라지고 말았다.

104 무렵 한때 아슬아슬했지만 전체적으로는 27의 급소 일격으로 백모양을 쉽게 격파한 야마다8단이 시종 주도권을 잡은 한판이었다. 야마다8단은 2패후 첫승을 신고하며 추격에 나섰다. 185수끝 흑불계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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