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부패, 최고의 해법은 민주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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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바오(溫家寶·사진) 중국 총리는 “(부패 문제 해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라며 “민주주의를 해야만 ‘위정자가 죽으면 그가 펴던 정책도 중단되는(人亡政息)’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지난달 27일 신화통신을 통해 2시간가량 진행한 ‘네티즌과의 대화’에서 민주주의를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1년에 한 번 열리는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 해당)와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를 앞두고 원 총리가 네티즌과 대화한 것은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이다.

원 총리는 한 네티즌이 공직자의 부패 문제 해법을 묻자 『예기(禮記)』에 등장하는 구절을 인용하며 공개·투명 행정을 강조했다. 위정자가 누구든 인치(人治)가 아니라 민주적 법치를 통해 나라를 통치하고 관리감독을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원 총리는 국민의 자유·인권·평등에 대해서도 비교적 강한 어조로 소신을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더 존엄한 생활을 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세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우선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 앞에서 평등하고 자유와 권리를 누려야 하며 국가는 이들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발전의 최종 목적은 국민의 증가하는 물질문화 수요를 만족시키는 데 있다고 정의했다.

‘친서민 총리’로 불려온 원 총리는 “25년간 중난하이(中南海·중국 당정 최고지도부 집단 거주지)에서 생활하면서 휴일 없이 보냈다”며 “2003년 총리로 취임한 이후 8년간 한 번도 춘절(春節·설) 때 가족과 함께 즐기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2월 2일 영국 방문 기간에 케임브리지 대학 강연 도중 발생한 신발 투척 사건을 TV로 지켜본 고령의 모친이 뇌출혈을 일으켜 지금도 거동이 불편하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경제 가장 복잡”=이날 교육·의료·구직난 등 민생과 경제 전망, 대미관계 등 현안과 관련된 질문도 쏟아졌다. 경제에 대해 원 총리는 “지난해는 21세기 들어 가장 어려웠던 한 해였다”며 “올해는 경제 상황이 가장 복잡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 총리는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에 대해 “나도 학창 시절 다섯 가족이 9㎡ 단칸방에서 살아봐서 ‘달팽이집(蝸居)’에 사는 서민들의 고충을 안다”며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빈부 격차 문제에 대해 그는 “소득 불균등이 심화되면 사회가 불안정해진다”며 “정부는 사회적 재화의 파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분배 정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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