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보노믹스의 마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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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지난 1월 31일자 칼럼에서 콘텐트 마케팅을 다뤘다. 많은 이가 관심을 표시했다. 질문도 많이 받았다. 그중 하나가 혁신적인 콘텐트가 아닌, 이미 소비자가 지루해하는 브랜드에 마력을 불어넣는 방법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방송·패션·사람까지 지루한 것은 가차 없이 퇴출시키는 소비자에게 장기 불황과 끝을 모르는 경쟁 속에서 살아남는 브랜드, 즉 콘텐트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저가 패션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기존의 ‘싸거나 품질이 좋거나(cheap or quality)’ 가 아닌 ‘싸고 품질도 좋은(cheap and quality)’ 브랜드로 사랑받았다. 소비자들의 욕구가 ‘혹은(or)’이 아니라 ‘그리고(and)’에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읽은 사례다. 그러나 유니클로는 그 다음 마케팅 아이디어로 더 주목받았다. 바로 세계적 패션 브랜드인 질 샌더와 결합, 플러스제이(+J)라는 한정판을 만든 것이다. 플러스제이는 서울의 압구정동을 비롯, 전 세계적으로 대박 행진을 기록했다. 싸고 품질도 좋은 중저가 이미지에서 고급 브랜드의 세련된 이미지를 더했다.

하나 더. 업계 3위에서 한 뼘도 앞서 나가지 못했던 디오스 김치 냉장고는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를 만나면서 시장 점유율 50%를 뛰어넘었다. 아트를 접목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차별 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와 브랜드,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콘텐트가 결합하는 것을 콜레보레이션(Collaboration)이라 하고, 이 둘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콜레보노믹스’(Collaboration+Economics=Collabonomics)라고 한다. 명품 가방 루이뷔통에 일본의 팝 아티스트인 무라카미 다카시가 손을 대자 일본의 젊은 여성들이 광팬이 됐고, 휴대전화란 공통의 이름이 아르마니폰·프라다폰·지포폰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한 것은 콜레보노믹스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콜레보레이션은 꼭 브랜드 간의 결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브랜드가 되기 전의 콘텐트에 스토리 디자인을 더한 것도 있다. 지난해 개장해 미국 뉴욕 맨해튼의 새 명물이 된 ‘하이라인’은 녹슨 철로만 남아 있던 옛 기찻길의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추억이라는 개념을 결합한 것이다. 또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 미국 뉴욕의 소호 프라다 매장이나 인사동의 쌈지길은 공간과 콜레보레이션한 것이며, 서울 대치동의 크링은 복합문화와 결합한 것이다.

자, 이제 우리 삶도 콜레보레이션해 보자. 얼마 전 세미나에서 훌륭한 콜레보레이션 대상을 발견했다. 국제 이미지 전략 세미나를 진행한 두 여성 컨설턴트가 그 대상이다. 이틀 내내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서 서로 주거니 받거니 호흡을 조절하며 매력적인 강의를 했는데, 그 둘의 결합 시너지는 각자의 전문성과 개성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63세의 미국인 여성은 ‘이미지를 만드는 태도’를 30년 넘게 컨설팅해 왔으며 파워풀한 남성적 매력이 넘쳤다. 다른 이는 40대 후반의 유머 있고 귀여운 싱가포르 여성 컨설턴트로서 전략적 구도를 잡는 일을 해 온 경우다. 각자 다른 전문성과 개성의 결합은 그 둘을 세계적 컨설턴트로 완성시키는 계기가 됐다.

인격체도 콘텐트다. 즉 나 자신도 콘텐트이고 브랜드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이와 콜레보레이션할까. 지금 현재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이들이라면 먼저 자신을 분석하고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 주거나 강점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야 한다. 최고경영자(CEO)라면 핵심 참모를, 아직 새내기 직장인이라면 멘토를, 그리고 미혼이라면 인생의 파트너와 콜레보레이션해 보라. 성공적인 콜레보레이션은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적인 가치를 만든다. 이것이 콜레보레이션의 마력이며 콘텐트 마케팅, 즉 크리에이팅의 세계다.

유재하 UCO마케팅그룹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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