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국제마라톤] 우승자 아루세이 “호수 낀 코스 아름답고 뛰기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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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대회장은 시작 전 힘찬 함성과 율동이 어우러지는 잔치 분위기였다.

대회 시작 50여 분 전인 오전 8시10분, 여성 타악 그룹인 ‘드럼캣’이 역동적인 연주로 대회 시작을 알렸다. 이어 50여 명의 고양시 태권도 시범단이 힘차게 송판 격파 시범을 보여 분위기를 띄웠다. 선수들은 운동장 잔디 위에서 출발 전 체조를 하며 마지막 컨디션 점검을 했다. 또 LG 트윈스 치어리더 팀의 율동에 맞춰 춤을 추며 긴장을 풀었다.

고양종합운동장 결승선에서는 육상스타 장재근씨와 황영조씨가 심판으로 참가해 선수들의 기록을 직접 확인하고 순위를 매겼다. 장씨는 “육상경기연맹을 통해 여러 대회에서 심판으로 참가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번 대회에 나왔다”며 “고양국제마라톤은 참가자들의 동선을 세심히 배려했고 제대로 준비한 국제하프마라톤대회”라고 평가했다.

고양시 풍동에 있는 백마부대 소속 장병들은 군용 반바지를 입고 대거 참가해 힘찬 구령소리로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보통신대대 소속 오성근(22) 일병은 “부대원끼리 단합도 다지고 올해를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려고 대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국제여자하프마라톤 부문 우승자인 케냐의 페니나 제롭 아루세이(31)는 “호수를 낀 코스가 아름다웠고 경사도 적당해 뛰기 좋았다”며 “나의 최고기록인 1시간8분20초에 다소 못 미쳐 아쉬웠지만 기대했던 만큼 성적이 나왔다”고 말했다. 유모차를 밀며 달리기를 한 부부도 있었다. 고양시 토당동에 사는 최원철(38)씨와 부인 위은주(34)씨는 태어난 지 9개월 된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천천히 달리며 5㎞ 부문에 참가했다.

10㎞ 부문의 최연소 참가자는 이성렬(9)군으로 아버지 이근영(38)씨와 같이 달렸다. 이씨는 직장에서 ‘에너자이저’라 불린다. 고양시 백석동 집에서 서울 목동 회사까지 20㎞가 넘는 거리를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 뛰어서 출근해서다. 2008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풀 코스를 다섯 번 완주했다. 아버지가 뛰는 모습에 맏아들이 반해(?) 이번 대회에 함께 참가했다. 이씨는 “형이 뛰는 모습을 보고 둘째 아들(8)도 내년에 5㎞ 부문에 참가하겠다고 말하더라. 전 가족이 풀 코스에 도전하는 게 꿈”이라며 웃었다.

최고령 참가자인 이강화(84·고양시 주엽동) 할아버지는 5㎞ 부문을 완주했다. 기록은 40분대.

풀 코스 완주자 가운데 최고령자인 최성대(73·의왕시 오전동) 할아버지도 5시간3분대에 결승점을 통과했다. 최 할아버지는 환갑이 넘은 66세에 마라톤에 뒤늦게 입문했다. 사업을 하다 몸이 아파 시작한 마라톤이 지금은 삶의 전부가 됐다. 매일 동네에서 10㎞ 또는 하프코스를 뛰며 연습한다. 최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뛰다 보면 10년은 더 젊어지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고양시 다문화가족 지원센터에서도 가족 단위로 30여 명이 참가했다. 5년 전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이미경(34)씨는 베트남에서 온 친정 엄마와 함께 5㎞ 부문을 완주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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