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6학년 문집엔 사춘기 방황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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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자서전에서 “초등학교 6학년. 나에게도 사춘기가 찾아왔다. 눈 뜨자마자 연습 갈 준비, 쉬었다 연습, 또 연습. ‘운동하는 로봇’이 된 것 같았다. 미쳐버리는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고, 무엇보다 외로웠다”고 적었다. 6학년 담임 임민옥 교사가 보관하고 있는 문집에도 방황하던 사춘기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녹아 있다.

무리한 연습으로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첫 부상을 당한 뒤 “피겨를 그만두겠다”며 어머니와 갈등하던 때였다. 문집에 수록된 어린이날 일기에는 “나의 마지막 어린이날이라고 해서 쉬는 것도 없다. 괴로워~”라며 힘겨워했다. 해외에서 대회를 치르고 귀국한 4월 24일에는 “어제 슬로베니아에서 왔다. 그래서 오늘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는지 코에 들어오는지 입에 들어오는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도 컸다. “0점 맞을 거 뻔한데 뭐. 풀기 싫다. 0점이겠지?? 빵쩜”이라고 푸념했다.

◆“내년엔 더 잘할게요!”=고통 속에서 자신을 다독일 줄도 알았던 김연아였다. 자신에게 쓴 편지에서 “힘들어도 참아!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열심히 하자! 요즘 빙판에서 신경질도 잘 내고, 엄마 말씀 안 듣고 그러는데, 다음부턴 그러지 말자. 알았지? 힘들어도 참고…”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어머니에게는 “내년엔 더 잘할게요!! 스케이트 타기 싫어서 싫증낸 것도 다 미안해요!!”라고 편지를 보냈다.

열두 살 김연아는 위트 있고 쿨한 모습도 보여준다. 자신의 이름으로 재치 있는 삼행시를 짓기도 했고 남자 짝꿍을 싫어하는 모습도 여과 없이 문집에 실었다.

반 친구들이 모두 참여한 ‘칭찬합시다’ 코너에서는 친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27명의 친구 중 17명이 “스케이트도 잘 타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노래도 잘하는 연아” “연아가 우리 반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썼다.

  이정찬 기자

◆윤명자(초등 1학년 담임) 교사가 보내온 글=드디어 경기가 끝났다. 연아가 눈물을 흘리며 관중석에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며 나 또한 울고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면서 책임감이 강했던 아이, 선생님에게 편지를 자주 하면서 사랑을 나타내며 인정스럽던 아이, 학교에서 배운 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한 아이, 그 아이가 자라 당당하고 멋진 모습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면서 세계에 이름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연아로 인해 온 국민이 행복의 웃음을 웃고 있다. 큰 소리로 외치고 싶다. “연아는 나의 자랑스러운 제자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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