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 4연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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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라응찬(사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4연임을 한다. 국내 금융계 최장수 기록이다.

신한지주는 26일 이사회를 열고 라 회장을 상근이사 후보로 재추천했다. 절차상으론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승인이 남아 있지만, 사실상 대표이사 회장직 4연임이 확정된 것이다. 회사 측은 “라 회장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가 워낙 강하다”며 “이번에도 주주들이 연임을 강하게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선 ‘포스트 라응찬’ 체제가 아직 확고하지 않다는 점도 연임의 이유가 됐다고 보고 있다.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이 유력한 후계자지만 사장에 취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가 CEO를 이어받기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는 분석이다. 또 올해가 우리은행 민영화와 외환은행 매각 등 은행권의 합종연횡이 예고된 미묘한 시기라는 점 역시 연임의 배경이 됐다.

라 회장은 금융계 경력 51년 중 19년을 최고경영자(CEO)로 지냈다. 선린상고를 졸업한 그는 1959년 농업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구은행을 거쳐 77년 이희건 신한지주 명예회장이 설립한 제일투자금융에 스카우트됐다.

이어 그는 82년 신한은행 설립 실무작업을 주도했다. 91년 신한은행장에 취임한 그는 행장으로 3연임하는 기록도 세웠다. 99년 2월 임기만료 1년을 앞두고 스스로 물러난 뒤 2001년에 새로 출범한 신한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그가 이끄는 신한지주는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2002년 굿모닝증권을 인수했고, 2003년엔 조흥은행을 합병했다. 2006년 LG카드 인수전에선 막판에 그가 직접 응찰가격을 주당 1000원 높이라고 지시해 경쟁자인 하나은행을 제쳤다.

자본금 250억원, 점포 수 3개의 소형 은행으로 출발했던 신한금융지주는 현재 은행업계 2위, 신용카드시장 선두에 올라섰다. 시가총액(25일 현재 19조8000억원) 면에서도 KB금융(18조7000억원)을 앞서고 있다. 한편 신한금융지주는 이날 신한신용정보 사장에 박주원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데이터시스템 사장에는 이정원 부행장을 선임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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