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초대석]㈜에어아이 성규영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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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1면

‘핸드테인먼트 세계를 선도한다’

무선인터넷 콘텐츠 업체인 ㈜에어아이(http://www.airi.co.kr)의 성규영(50) 대표가 지난 1999년11월 회사 설립과 함께 만든 슬로건이다.핸드테인먼트는 ‘핸드’와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손 안에서(즉 핸드폰으로) 온갖 즐거움을 누리도록 해 준다는 뜻이다.그는 이 합성어의 상표등록까지 마쳤다.

에어아이는 휴대폰 5개사에 게임·캐릭터·벨소리 등의 각종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편 자체적으로 유무선 포털 서비스도 하고 있다.

회사가 설립된 것은 이제 1년 남짓밖에 안되지만,성대표는 대기업과 벤처기업 등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아 업계에서는 전문가로 꼽힌다.지난 77년 포항제철의 전산담당 직원으로 입사해 포스데이타와 신세기통신 설립 작업을 기획했으며,95년 포스데이타를 떠난 뒤에는 팬택과 신원인더스트리에서 정보통신사업 책임자로 일했다.

97년말 IMF(국제통화기금)위기 때 회사를 그만두고 1년반 동안 실업자 생활을 하면서 이웃 일본을 드나들다 NTT도코모의 ‘i모드’를 보고 눈이 번쩍 뜨여 서둘러 귀국해 창업했다.

작년 6월 무선인터넷 시장이 한창 뜰 무렵 관련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무선인터넷협회를 만들어 회장직을 맡았으며,지난 설날에는 사비 5천만원을 털어 전직원 57명에게 ‘떡값’을 나눠줘 화제가 됐다.

-사내 복지에 각별히 신경쓰는데.

“직원들이 작년에 너무 고생해서 보상을 해줘야겠는데 회사는 적자여서 집에서 돈을 가져다 설날 때 떡값을 나눠줬다.직원들의 건의를 받아 사내 복리후생 제도를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학원비·운동비·동호회경비·학자금 등을 지원해 준다.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회사 근처 호프집과 계약,사원증만 보여주면 마음껏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신생 벤처 치고는 복지 시스템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임직원 모두가 주인이고 공적인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이고,그렇게 해 나가고 있다.회사가 개인 소유가 돼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성장에 기여한 직원들에겐 어떤 형식으로든 보답해야 한다.부가가치가 발생하면 일정 부분은 사회에 환원할 필요도 있다.”

-돈도 못버는데 그러다 회사가 망하면 어떻하나.

“경영자의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지금까지 해놓은 것과 앞으로의 전망을 놓고 검토한 결과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직원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벤처는 1백% 소속직원이 성공의 원동력이다.똘똘 뭉쳐서 노력해야 하는데,희생만 강요할 게 아니라 회사 자원의 일부라도 직원들에게 투자하는게 마땅하다.”

-무선인터넷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99년 일본에 갔을 때 i모드가 매달 급성장 커브를 그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새로운 트렌드이며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해 물불 안가리고 뛰어들었다.”

-유선 인터넷은 우리가 앞서 있지만 무선 쪽은 일본이 더 활성화돼 있는데.

“몇 가지 차이가 있다.요금 부과방식이 일본은 정보량에 따라 돈을 내는 패킷 방식인데,우리는 사용시간에 따라 낸다.이동통신사와 콘텐츠공급업체(CP)의 협력관계도 차이가 난다.일본의 도코모는 시장개척을 위해 CP를 파트너로 맞았지만,우리는 하청업체로 생각한다.일본의 경우 수익의 대부분(90% 정도)을 CP가 가져가고 기술개척도 공동으로 하는데,우리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가능성은.

“기술적으로는 일본에 떨어지지 않는다.일본에 수출하는 콘텐츠도 있다.일본을 따라잡는 것은 어렵지 않다.이동통신사와 CP가 동반자 관계로 인식해 함께 노력하면 된다.”

-지난해 협회를 만들면서 이동통신사들과 마찰이 있었는데.

“이동통신사들과 CP의 수익금 분배 문제 때문이다.미운털이 박혀서 욕도 많이 먹었다.하지만 이제는 무선인터넷 시장환경을 조기에 정착시켜서 성장을 유도하자는 취지를 이해해 준다.무선인터넷은 이용자·사업자·단말기공급자·콘텐츠·정책당국자 등 5개 지주가 다같이 협력해야 발전한다.”

-IS-95C,IMT-2000등으로 휴대폰 환경이 바뀌면 콘텐츠는 어떻게 달라질까.

“통신 스피드가 빨라지고 단말기가 개선되면 오디오와 컴퓨터 기능이 복합된 개념의 휴대폰이 된다.여기에 맞는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활성화될 것이다.휴대폰을 이용한 커머스와 광고도 발생한다.”

-회사의 올해 목표는.

“먼저 올해를 수익기반 원년으로 잡았다.매출 1백20억원,영업이익 20억원이 목표다.두번째는 국제화다.일본·유럽·미국 진출을 추진중이다.”

-무선인터넷 업체 CEO로는 나이가 많은데.

“사실 고객의 90%가 10대와 20대다.50대로서는 젊은 고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그래서 사내 콘텐츠 기획회의에는 참석하지 않고 젊은 직원들에게 맡겨둔다.내 생각이 방해가 될것 같아서다.내 몫은 그들을 지원하고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작년 10월에는 ‘행동을 바꾸면 생각이 달라진다’는 직원들의 권유로 머리에 염색을 했다.옷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캐주얼만 입는다.”

유규하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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