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알렉산더 왕자의 '금지된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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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 윌렘 알렉산더(33) 네덜란드 왕세자가 사랑하는 여인 집안의 정치적 내력 때문에 왕위를 택할 것이냐, 사랑을 택할 것이냐는 고민에 빠졌다.

알렉산더 왕세자는 베아트릭스 네덜란드 여왕의 장남으로 왕위계승 서열 1위의 미남 청년. ' 그는 2년 전 뉴욕에서 막시마 조레귀에타(29)라는 금발의 라틴계 미인을 만났다.

도이체 방크 뉴욕 지사에서 일하고 있었던 조레귀에타는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두 사람은 영어로 사랑을 속삭이며 열애를 시작했다.

몇달 뒤 조레귀에타는 벨기에의 브뤼셀로 전근왔다. 그녀는 수시로 네덜란드 국경을 넘었고 두 사람의 관계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활달하고 솔직한 면모의 조레귀에타는 금세 네덜란드의 유명인이 됐고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여왕도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그녀의 가족을 왕궁으로 초청하는 등 며느리감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조레귀에타의 부친 호르게가 1970년대 말 독재로 악명 높은 아르헨티나 비델라 정권의 농무장관이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이런 인물이 어떻게 네덜란드의 국빈 대접을 받느냐는 비난 여론이 쏟아진 것이다.

마텐 모우릭 네덜란드 유네스코 대사는 "인권탄압에 앞장선 집안의 딸이 왕비가 되는 것을 막겠다" 며 호르게를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네덜란드 법원에 제소했다. 하원의원들도 두 사람의 교제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7일 일부 국민이 "조레귀에타가 아버지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호르게가 왕실의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결혼을 인정하자" 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왕세자의 결혼은 반드시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만 해 알렉산더 왕세자의 사랑 전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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