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국통 줄줄이 워싱턴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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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중국과 미국간의 '외교 담판' 이 시작됐다. 중국 외교 수뇌부와 중국내 미국통(通) 인사들이 이달 중순부터 줄줄이 워싱턴을 찾는다.

중국이 이처럼 무더기로 외교관을 미국에 보내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 공화당 정부가 중국을 잠재적인 적으로 간주하고 대만과의 관계를 대폭 강화하려는 가운데 중국측이 먼저 외교 공세를 펴고 나온 것이다.

◇ 누가 가나〓방미(訪美)행렬의 첫 주자는 주미 대사를 지낸 주치전(朱啓禎)과 리다오위(李道豫)다.

노련한 외교관인 이들 두 사람은 다음주 초 워싱턴에 부임하는 신임 양제츠(楊潔)중국대사와 현지에서 합류해 대미(對美) 협상의 기본 전략을 협의할 예정이다.

또 그 며칠 뒤에는 대만문제 전문가인 저우밍웨이(周明偉)대만판공실 부주임이 미국을 방문한다. 周는 대만문제 실무를 사실상 총괄해 온 인물이다.

周는 뉴욕.보스턴을 거쳐 워싱턴을 방문하며 그의 일정은 세미나 참석.의원 면담.학계 인사와 미국내 중국 전문가 예방으로 꽉 차 있다.

대미 외교 탐색전서 마무리는 첸치천(錢其琛)외교담당 부총리가 한다. 錢부총리는 다음달 20일부터 엿새 공식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한다.

이 기간에 錢부총리는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물론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미국 정부 내 실무 책임자들과도 폭넓게 접촉할 예정이다.

◇ 뭘 논의하나〓중국이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다.

영국의 군사전문주간지 제인 디펜스 위클리는 최근 "부시행정부는 오는 4월 대만과의 무기판매 협상을 앞두고 네척의 미사일 구축함 등 최신예 함정과 무기 등을 판매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 이라고 보도했다.

만일 이 구축함이 대만에 판매되면 중국이 지난해 러시아로부터 구입한 잠수함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대만의 국제기구가입 저지가 중국의 둘째 목표다. 부시 행정부에서는 벌써부터 "양안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을 적극 주선해야 한다" 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은 이를 '매우 심각한 상황' 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밖에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오는 10월 상하이(上海)에서 열릴 아태경제협력회의(APEC), 베이징의 올림픽 유치 등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약속을 받아내는 일이 남아 있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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