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왜 담뱃값 올려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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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한 담배 종류의 값이 금년 들어 1300원으로 인상되었다. 이 판매가격의 구성내용은 지방세인 판매세 510원, 지방교육세 255원, 부가가치세 118원, 환경부담금 4원, 건강증진기금이 2원, 나머지가 원가와 판매 이익이다.

즉 담배 값의 68.4%가 세금과 기타 부담금으로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는 외국인들이 놀랄 정도로 담배 값이 저렴하다. 이는 곧 세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을 뜻한다.

세계은행에서는 담배 가격의 65%∼90%를 세금 또는 부담금이 차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실제로 선진국일수록 담배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이에 따라 담배 가격이 비싸다. 미국, 일본은 물론 대부분 유럽 국가의 담배 값은 갑 당 3,000원-5,000원이다.

담배가격을 높이는 것은 담배의 생산, 제조, 판매를 당장 불법화 할 수는 없지만 담배로 인한 여러 가지 건강상의 손실을 보상하고 흡연인구를 줄이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채택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 담배 값은 이러한 기본취지에 역행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담배 값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판매세가 지방세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내 고장 담배사기 운동이 이야기 해 주듯, 담배 판매를 통한 세수의 증대만을 더 중요시하여 오히려 흡연을 권장한다는 의혹을 사고있다.

둘째, 목적세인 교육세가 담배 가격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적세의 부과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세정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흡연자들이 유독 우리 나라 교육재정에 더 많이 기여해야 할 타당한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금연지도를 해야 할 교육부에서 금연지도를 하면 할수록 교육재정이 줄어든다는 모순에 빠진다. 현재 중고생들의 흡연문제가 그렇게 심각하다고 해도 우리 나라 교육부나 교육청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셋째, 현재 담배로 인한 피해 중 담배연기로 인한 실내 공기오염과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더 논의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오염에 대해서는 당연히 흡연자가 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 한 갑 당 불과 4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너무 적은 액수이다.

적어도 담배 값의 5%는 환경부담금으로 부과하고 환경부는 이 비용으로 실내 공기 오염과 담배꽁초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

넷째로 건강증진기금 부과와 관련된 문제다. 건강증진 기금은 흡연자들에게 흡연의 해독을 알리고 금연을 도와주며 비흡연자에게 입히는 간접 흡연의 피해를 막아주는 것에 주로 사용하게 된다.

기금의 대부분은 결국 흡연자에게 되돌려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 담배가격에서는 그 액수가 가장 적고 우선 순위도 가장 낮다.

그간 많은 사람들이 건강증진기금의 인상을 주장했지만 담배산업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에 반하여 재정경제부가 이를 반대해오고 있다. 오히려 예산당국은 불합리한 교육세를 인상하면서 건강증진기금의 부과 자체를 없애려는 시도까지 했었다.

이는 본말이 전도된 처사이다. 세계 보건기구가 권장하는 담배 값의 10%까지의 부과는 못하더라도 우선 담배 값의 1%정도라도 건강증진기금으로 부과해야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담배 값을 인상하면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가? 당연히 흡연률과 흡연량이 감소된다. 담배 값을 10% 인상하면 흡연률이 4% 감소한다는 것이 외국에서의 일관된 경험이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의 흡연률이 가장 크게 감소된다고 한다. 그간 청소년의 금연을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담배 값의 인상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담배 값은 경제수준을 고려 해 볼 때 세계에서 가장 싼 나라에 속한다. 중고생들에게도 전혀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면 우리 나라에서 담배 값을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이 옳은가?

그것은 청소년들에게 어느 정도가 부담이 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차적으로 2000원까지, 그리고 곧 2500원, 3000원정도로 인상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金馹舜(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연세의대 예방의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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