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와이드] 5일장처럼 푸근한 관광명소 곰소포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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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4일 오후 전북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 곰소포구.

대전.광주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승용차 등 다른 지역 차량 수백여대가 몰려 시골 5일장을 방불케 했다.

젓갈.생선 시장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관광객들로 북적거려 상인들의 즐거운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영길아 이 손님 후딱 젓갈 포장해 드리지 않고 뭐 한당가. 금방 잡아온 우럭여. 싸게 해 드릴 게 구경좀 해봐. "

10년째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선자(55.여)씨는 손님이 몰려 고등학생인 아들 등 가족이 모두 동원돼 장사를 하는데도 일손이 달려 하루 종일 애를 먹는다.

이날 곰소 생선가게 주인들은 이처럼 줄을 잇는 손님들 때문에 하루종일 바쁜 모습이었다.

어항 주변 야외 횟집도 마찬가지였다. 탁자 20개를 둔 한 야외 횟집에는 매서운 바닷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님들로 가득 차 발길을 돌리는 손님마저 적지 않았다.

주인 이영춘(45)씨는 "5년 전부터 관광객이 늘어 주말 4백여명 등 하루 평균 1백명 이상 손님을 받는다" 고 말했다.

일제시대 이래 전북에서 군산항에 이어 둘째 규모의 어항이었던 곰소가 고기 잡는 어촌에서 관광지로 변했다. 때문에 수백여척의 어선이 어장에 나가 고기를 잡는 진풍경은 찾아 볼 수 없다.

바다오염 탓인지 고기가 잡히지 않아 침체에 빠졌던 이곳이 관광어촌으로 변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부안읍에서 곰소까지 23㎞에 이르는 해안관광도로가 뚫리면서 부터다.

부안읍에서 왼쪽으론 내변산의 수려한 자연경관이, 오른쪽으로는 서해안 바다가 펼쳐진 관광도로를 따라 승용차로 30분쯤 가면 곰소가 나타난다.

영전 네거리 입구에서부터 푹 삭은 젓갈 냄새가 코를 찔러 곰소에 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곰소 젓갈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해마다 김장철인 11~12월 주말과 휴일이면 서울.대전.광주 등의 시민들이 전세버스로 단체관광과 쇼핑을 온다.

많게는 수천명이 몰려 젓갈.생선 등을 사간다. 진서면사무소는 김장철 곰소에서 판매되는 젓갈과 생선의 매출을 20억여원으로 잡는다.

때문에 곰소에는 젓갈집.횟집.건어물집 등이 10여년새 50여곳에서 4백여곳으로 8배로 늘었다. 불과 5곳이던 젓갈집도 13곳이나 된다.

곰소 상인들은 새벽 5시면 가게 문을 연다. 전주.익산 등지에서 싱싱한 생선을 사러 오는 음식점 주인들을 맞기 위해서다.

이처럼 곰소가 어항에서 관광지로 변한 것은 해안관광도로 주변이 국립공원이어서 변산해수욕장.내소사.격포 등 볼거리가 많은데다 곰소에서 젓갈.생선을 사가려는 관광객들이 몰리기 때문.

4일 곰소에서 만난 오윤숙(吳潤淑.대전시 유성구)씨는 "해안도로를 따라 문화유적.겨울 해수욕장 등을 둘러본 뒤 옛 어촌 모습이 잘 보존된 곰소에서 회를 먹고 쇼핑을 하는 재미로 이곳을 자주 찾는다" 고 말했다.

곰소 터줏대감인 최정웅(崔正雄.60)씨는 "20t급 어선 두척을 가진 선주였으나 배를 팔고 91년부터 젓갈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데 수입이 예전보다 낫다" 고 말했다.

부안=서형식 기자.사진=김상선 기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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