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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지는 학교] 2. 함께 만드는 학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강원도 인제군 신남중학교는 제7차 교육과정에 맞춰 올해 신학기부터 쓸 교과서 선정을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두달간 전시회를 열었다.

출판사별로 내놓은 여러가지 교과서를 학생 ·학부모 ·학교 운영위원 등이 살펴보고 어느 것이 좋은지 의견을 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교과별로 2종씩 고른 뒤 관련 교사들의 분석을 통해 최종 선택했다. 교장 ·교감이 교사들과 상의해 정해온 관례를 깨고 학생 ·학부모 의견까지 수렴한 것이다.

김기중(52)교장은 “교육 수요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교과서 선정과정이 투명해져 이와 관련된 불신과 갈등도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의 공급자인 학교 ·교사와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가 더불어 꾸려 가는 ‘함께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강원도 철원군 신철원중은 지금의 교복으로 바꾸는 데 1998년 4월부터 1년6개월 동안 복잡한 절차를 밟았다.

먼저 학년별로 2학급씩을 선정해 교체 필요성 여부에 대한 표본 조사를 했다. 이어 견본품들을 놓고 전체 학생과 어머니 ·교사 대표들로 하여금 투표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학교 운영위 심의를 거쳐 하나를 선택, 경쟁입찰을 통해 납품업체를 결정했다.

전북 익산시 삼기중은 교직원 19명과 학생 1백30여명의 작은 학교지만 교장 ·교사 ·학부모 사이에 벽이 없다.

교직원들은 매달 방과 후에 배드민턴·배구·윷놀이 등을 즐긴 뒤 강당에서 간단한 음식을 나누며 학교 운영과 학생 지도 등에 대해 터놓고 얘기한다.

교장 ·교감이 사비로 마련한 모임은 종종 시내 노래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탁선희(41 ·여)교사는 “교무실 분위기가 사적인 고민거리를 윗분이나 동료들에게 자유스럽게 털어 놓을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해마다 한차례 주민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어우러지는 한마음 축제를 연다. 이날은 학교 운영위가 돼지를 잡고 음식을 준비해 전체 학부모와 학생들이 함께 식사를 한다.

허재선(59)교장은 “교장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가 서로 감추는 게 없어야 교육이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학생수 1백1명의 충남 금산군 용문초등학교도 학부모들과의 관계가 돈독하다.

5년째 매월 1일 A3용지 8쪽의 소식지 ‘철마산의 메아리’를 발간, 모든 학부모들에게 보낸다.여기엔 학교 행사와 건강 정보,학교급식 메뉴 등이 실려 있다.

또 한해에 두번씩 학부모들을 초청해 체육대회를 한다. 학기에 한번씩 자녀가 수업받는 모습을 직접 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충남 연기군 연봉초등학교 같은 경우는 돈이 드는 일은 모두, 그렇지 않은 것도 웬만한 사안은 학교 운영위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

운영위의 결정 내용은 곧바로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에게 알린다. 또 봄 ·가을마다 지역 노인들을 학교 급식실로 불러 음식을 대접하고 농민들에게 무료 컴퓨터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정경인(43)교사는 “교육활동이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만 이뤄지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없다”며 “학생과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학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이찬호,익산=장대석,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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