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기억으로 7년만에 뺑소니 잡은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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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자칫 미궁으로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한 것에 보람을 느낍니다.”

공소시효가 10년인 뺑소니범을 7년만에 검거한 경주경찰서 형사계 조현길(趙顯吉 ·49)경사는 기억력 하나로 한 건을 올렸다.

뺑소니 피해자 孫용혁(당시 18세 ·고교3년)군이 사고를 당한 것은 1994년 3월 16일 0시쯤.경주시 황오동 동산목욕탕 앞길에서 학교로 돌아가던 중이었다.갑자기 엑셀승용차 한대가 孫군을 친 뒤 달아났다.사고 직후 孫군은 숨을 거뒀다.

당시 이 사고를 맡은 趙경사는 현장에서 차량 후사경을 찾아냈지만 도주차량 추적에는 실패했다. 가난하게 살던 孫군의 누나와 어머니 등 가족들은 사고지점에 ‘목격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걸었지만 허사였다.

그러다 최근 趙경사는 외근활동을 하다 우연히 金모(40·건설업·경주시 현곡면)씨 이야기를 들었다. 金씨를 아는 사람으로부터 그가 뺑소니사고를 낸 뒤 도망다니며 사업을 한다는 것이었다.

趙경사는 순간 이 사고가 7년전 자신이 현장조사를 했으나 해결하지 못한 사건임을 기억해냈다.趙경사는 곧바로 金씨 밑에서 일하며 사고차량에 동승했던 2명을 찾아내 범행을 확인하고 金씨를 검거,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당시 운전자 金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21%도 밝혀냈다. 金씨가 나눠 마신 술의 양(소주1병,맥주3병)과 도로에 찍힌 타이어 자국으로 역추산한 것이었다.

경주경찰서는 7일 행인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위반)로 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趙경사는 “범인 검거로 孫군 가족의 보상 길이 열려 다행”이라며 “뺑소니범은 반드시 잡힌다”고 덧붙였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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