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야마다 기미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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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공격 실패한 劉9단 추격전으로 선회

제3보 (40~60)=바둑에서 가장 어려운 종목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프로기사들은 '공격' 이라고 대답한다.

전쟁에서도 성(城)의 공격에는 몇 배의 병력이 필요한 것처럼 바둑에서도 우회공격이나 위협

이 아닌 직접 공격은 여간해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한다.

서봉수9단은 그러나 공격보다는 '계산' 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공격은 안해도 그만이지만 계산은 안할 수 없지 않으냐" 는 것이다.

劉9단이 지금 다음 수를 찾지 못해 진땀을 흘리고 있는 것도 바로 공격 탓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라는 별명에도 불구하고 그의 공격은 이미 실패를 드러내고 있다.

기세라면 어딘가 꽝 씌워야 한다. 하지만 '참고도' 흑1이 항상 선수여서 뒷맛이 나빠도 너무 나쁘다.

일례로 9의 치중수 등이 쉽게 나타나고 흑A, B 등도 좌변에 선수여서 공격이 안되는 것이다.

11분을 고심하던 劉9단은 결국 40에 잇고 말았다.

실패를 인정하고 파멸을 피한 수. 상실한 두터움을 회복하며 괴롭지만 긴 추격전으로 승부하려는 인내의 수. 40을 흘긋 본 야마다8단은 41부터 47까지 아주 쉬운 수순으로 상하를 연결해 버렸다.

백의 공격군은 허리를 관통당한 채 껍질만 남게 된 것이다.

"참 허망하지요? 이런 점이 공격의 비애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홍태선8단)

48부터는 공격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엷어진 포위망이 거꾸로 공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근거를 잡고 있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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