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재계 "수도권 규제 유탄 날아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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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 21일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헌재 부총리가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부총리는 새 수도 추진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자마자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국감장을 떠났다.김형수 기자

행정수도 이전의 위헌 결정과 관련해 재계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 찬반 입장을 얘기할 계제가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하기에 따라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아니면 새로운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한 대그룹 관계자는 "수도 이전은 그 자체보다도 국론 분열에 따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고조가 문제였다"면서 "이 논쟁이 일단 끝났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만약 정부가 당파적.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더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재계의 불안감이 고조돼 투자부진과 경제 침체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재계는 수도권 규제의 향배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지난 8월 '신수도권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수도 이전과 수도권 규제를 연계했기 때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병욱 상무는 "정부는 수도 이전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수도권 공장총량제 등을 대폭 개선하기로 약속했다"면서 "헌재 결정으로 정부가 마음을 바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 경우 수도권내 공장 신.증설 및 첨단 외자기업 유치 전략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그룹 관계자는 "공장총량제가 유지되면 추가적인 공장 증설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라면서 "수도권 규제완화는 행정수도 이전의 무산과 관계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수도권 신사업으론 ▶삼성 기흥 반도체공장의 신.증설▶쌍용자동차의 부평 자동차공장 신.증설▶LG필립스LCD의 파주 LCD공장 신설 등이 있는데, 수도 이전을 전제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탄력을 받은 프로젝트들이다.

정부가 추진해왔던 국가균형발전계획이 어떻게 되는가도 재계의 관심사다. 지방 혁신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 그리고 재계가 발의한 기업도시 건설 등이 영향을 받을 경우 기업의 지방화 전략에도 파장이 미치기 때문이다.

전경련 이규황 전무는 "기업도시는 행정수도와 목적이나 발상 등이 다르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도 이전이 무산됐기 때문에 기업도시 후보지역으로 충청권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와 분당으로 이전을 추진 중인 인터넷업계 1~2위 업체인 다음 커뮤니케이션과 NHN은 예정대로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도 이전과 관계없이 추진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화 정책을 수정해 본사 이전 업체에 대한 세제 및 토지구입 혜택을 줄인다면 인터넷 업계의 지방 이전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충청권 기업들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 대전충남지회 박해철 회장은 "충청권 기업들은 수도 이전으로 지역경기가 살아나 사업도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해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이런 기대가 무산돼 아쉽다"고 밝혔다.

산업부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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