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일의 모스크바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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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해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데 따른 답방 형식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는 4월께 모스크바를 방문한다고 한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이달 말께 서울에 올 예정이고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고위회담이 3월로 예정돼 있어 한반도를 둘러싼 4강외교가 복잡하게 얽히고 있다.

金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체제안정에 대한 자신감의 과시 외에도 적극적 정상외교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의도가 섞여 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정책을 취하는 데 따른 경제적 지원 가능성을 타진하는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극동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리는 러시아로서도 중국과의 경쟁관계를 고려해 상당한 지원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는 민주화한 이후 남북한간의 화해와 교류를 강조해 왔고 그 맥락에서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해 왔다.

따라서 金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결코 남북화해의 진전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미국 부시 행정부가 힘의 외교를 천명하고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의 강행 방침 등을 밝히는 데 대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는 북한을 NMD 반대동맹에 포함시키려 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런 갈등구조가 생기면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를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 문제화라고 진단한 바 있다. 남북한과 주변 국가들이 모두 새로운 외교질서의 가닥을 잡기 위해 교차적으로 정상회담을 비롯한 고위회담을 계획하고 있는 지금, 남북문제의 독자성을 확보하는 노력은 참으로 절실하면서도 어려운 외교적 과제다.

정부는 金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전에 이뤄지는 러시아 및 미국.중국과의 고위회담 등을 통해 북한을 반미(反美)연대로 몰아넣지 않도록 국제적 담보를 확보하는 선제노력을 최대한 벌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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