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금연의 사회적 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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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66.4%로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흡연자의 사망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2.5배에 달하고 수명은 10~12세 단축된다고 한다.

사람들이 아무도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금연으로 수명이 늘어난 사람들에게 추가로 연금이 지급되면 각종 기금은 더욱 빠르게 지급불능 사태에 빠질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액은 현재 50조원이 넘는다.

그러나 수급자가 해마다 30만명씩 늘어나고 있어 2049년에 고갈될 것으로 보건사회연구원은 예측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2007년에 재정 적자를 보이기 시작, 2029년에 바닥날 예정이다.

공무원연금은 지난 연말 법을 개정, 부담률을 8.5%로 올리고 연간 8백억원을 국고에서 지원키로 했다.

군인연금은 정부의 누적지원액이 5조원을 넘는다.

흡연은 연금 수령기간(수명)을 짧게 만드니 재정에 보탬이 된다.

영국의 생명보험사들이 흡연자들에게 연금보험료를 깎아주는 것은 이 때문이다.

스톨워드 어슈어런스의 경우 할인율은 8%다.

이 회사는 음주자와 비만자에게도 할인을 검토하고 있다.

금연은 예상과 달리 의료보험 재정에도 불리하다.

"의료보험 재정에서 흡연자들에 대한 결산은 섬뜩할 정도로 유리해 보인다. 흡연자들은 일찍 죽기 때문에 그때까지 혈관폐색.심근경색.암.기관지염을 치료하는 데 들었던 비용을 의료보험 조합에 되돌려준다. " 독일의 사회의학자 F 슈바르츠의 말이다.

비흡연자는 오래 살면서 폐암보다 훨씬 치료비가 많이 드는 심장질환 등으로 죽을 확률이 아주 높다는 것이다.

보건복지 체제라는 좁은 범위에서 보더라도 금연을 한다고 비용을 절감할 수는 없다.

선진국의 경우 85세 이상 노인의 40% 이상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지역의보는 올해 1조9천7백억원의 국고지원을 받아야 할 정도로 이미 사정이 어렵다.

정부는 담배에 붙는 세금을 올려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담배를 안 피우게 하는 것이 좋다" 며 "담배세제 개편을 검토하라" 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담배소비는 가격이 오르면 일시적으로 줄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수준을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 건강보험과 각종 연금기금에는 다행(□)한 일이다.

조현욱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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