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계동 '전세부족, 월세 홍수' 기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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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 상계동 소형아파트 단지 전.월세 시장이 이상하다. 전세의 경우 찾는 사람은 많지만 물건이 없고, 월세는 그 반대다.

서울 잠실.개포동과 분당 등 다른 지역 소형아파트 단지에선 월세 기피현상 등으로 월세물건이 많이 줄어 들었으나 유독 상계동만은 '전세 부족, 월세 홍수' 의 기현상이 생기고 있다.

상계동 럭키공인중개사사무소 박하순 사장은 "주공 13, 17평형 아파트 임대물건의 80~90%가 월세로 나오고 있다" 며 "그러나 예비신혼부부나 독신직장인 등 주요 수요층은 거의 전세물건을 찾아 수급불균형이 심하다" 고 전했다.

실제 한 부동산 중개업소가 확보한 10평형 대 임대물건 28건 가운데 25건이 월세다. 이 때문에 설 연휴 이후 성수기를 맞아 전세손님이 부쩍 늘고 있으나 거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월세물건 공급과잉은 금융권의 저축 금리 하락 때문. 지난해 초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던 금리가 최근 연 6%대에 머물자 돈 굴릴 곳을 못 찾은 집주인들이 앞다퉈 전세를 월세로 바꾸고 있다.

강남 등은 월세를 소화할 수 있는 소형아파트 수요층이 많은데 비해 상계동은 월세를 꺼려하는 신혼부부나 서민층이 대부분이어서 이같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월 2부까지 치솟았던 월세 이자율이 1부로 급락했지만 은행예금 금리보다는 높아 월세물건이 줄지 않고 있다.

주공 17평형 전셋값은 5천5백만원 선이나 월세는 보증금 1천만원에 월 5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은행에 예금했을 때보다 연간 3~4%의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반면 개포동 주공아파트 10평형대는 전체 임대물건의 30% 이내만 월세로 나오고 있다. 월세로 내놨던 집주인들이 전셋값이 오르자 다시 전세로 바꾸는 일이 많아진 때문. 분당 신도시 역시 월 1부 시장이 정착된 가운데 전체 임대물건의 10% 정도만 월세로 나오고 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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